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가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뒤쫓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가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뒤쫓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직장 동기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여성 역무원이 사고를 당하기 3일 전 아버지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됐다.

15일 피해 역무원 A 씨 큰아버지는 서울 중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A 씨와 A 씨 아버지는 오해가 있어 1년 가까이 거의 대화가 끊긴 상태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큰아버지는 "사건 3일 전 A 씨 아버지가 딸에게 '아빠가 잘못했다. 이해해주면 안 되겠냐'고 문자를 보냈고, 딸도 '아빠, 그 동안 오해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라고 화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지의 길이는 1매를 차지할 정도의 장문"이라며 "그게 조카의 마지막 편지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아빠 입장에선 자주 보고 싶으니 '자주 오라'고 했고, (조카가) '시간이 없어서 잘 못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상상이라도 되느냐. 앞날이 창창했는데 집안 어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조카는 사망할 정도의 상처를 입고도 벨을 눌러서 범인을 바로 검거할 수 있게 했다"며 "범인이 도망갔다면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조카가 마지막까지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 순찰하던 도중 직장 전 동료였던 30대 남성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B 씨는 현장에서 역사 직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시민 1명에게 진압당해 경찰에 체포됐다.

A 씨는 B 씨에게 불법촬영물 등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지속적으로 스토킹 당해 지난해 10월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B 씨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고소당한 후 A 씨에게 원한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범행 전 B 씨가 신당역에서 1시간 10분간 대기하다가 범행을 저지른 점, 당시 B 씨가 위생모를 쓰고 있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사전 계획성 범행이라고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