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되고 K팝 안되고…BTS가 쏘아올린 병역특례 공정성

BTS '프루프',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5주 연속 차트인 (사진=연합뉴스)

"공정성 측면에서 대체복무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국방부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 논란에 '공정성'을 이유로 쐐기를 박았다.

입영 통보 대상 1순위인 진(30·김석진)을 필두로 개인 활동을 시작한 BTS 멤버들이 속속 입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기존 예술·체육과 대중문화 간 형평성 문제는 논란거리로 남은 상태다.

1973년 첫 시행된 현행 병역법은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등으로 문화 창달과 국위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34개월간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이 같은 병역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군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문화훈장·문화포장·체육훈장·체육포장 등을 받은 대중문화예술인은 예술·체육요원에 추가된다.

현행 병역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역법상 BTS 등 대중문화분야예술인은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없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2018년 한류와 우리말 확산 공로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덕분에 대체복무의 길이 열리게 된다.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른바 'BTS 병역특례'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글로벌 음악시장을 무대로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입대하는 게 이치에 맞느냐는 의견과 병역의무는 성급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 대립 중이다.

피아노 연주가 조성진은 2009년 하마마쓰 콩쿠르 우승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각각 예술 및 체육요원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빌보드 차트에서 연일 1위를 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끈 방탄소년단, 그들이 과연 국위선양에 그들만큼의 공로가 없느냐는 지적이 자연 제기된다.

지난 14~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국위선양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 복무 전환 동의'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병역 특례에 찬성 60.9%, 반대 34.3%의 결과가 나왔다.

찬성 입장을 보인 대학생 김모 씨(25)는 "같은 과 남자 동기들, 피아니스트도 군 면제가 되는데 BTS라고 안될 게 있느냐"며 "대중문화, 즉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관광산업도 발전했다. 호텔, 식음료, 여러 가지 상품 등 외국인 유치를 통한 전체적인 관광 유발 효과가 어마어마하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BTS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개최한 단 3회의 콘서트로 외국인 18만 명을 유치, 평창올림픽 외국인 방문객의 67% 수준에 이르는 실적을 냈다. 이들이 유발한 경제 효과만 1조 원에 달한다.

음반 제작·배급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최광호 사무총장은 'BTS의 국위선양'에 대해 언급하며 "꾸준히 한국어 노래를 고집해왔고 한국어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키웠다"며 "BTS가 노래를 통해 발산하는 메시지에는 인류애, 탄소중립 등의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BTS는 개인을 떠나 음악산업계 전반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가요차트 지수를 봤을 때도 BTS는 해외 트래픽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BTS 군 복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음악산업에 치명타가 불가피할 것이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은 "국위선양의 기여 정도를 따지면 BTS가 다른 예술인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BTS가 병역 특례를 못 받으면 대체 복무제도 자체를 형평성 있게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BTS가 군대에 가느냐를 떠나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병역법의 개정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이다. 지난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신범철 국방차관은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찬성 비율이 40~60%, 반대 비율이 30~50% 수준으로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측면에서 병역특례, 정확한 용어로 '보충역 대체복무'의 확대는 곤란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BTS 또한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그런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병역 특례에 반대 입장을 보인 직장인 이 모 씨(34)는 "문화 예술계에 가장 큰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거다. 올림픽은 금메달이라도 있는데 문화예술은 빌보드 차트 1위로 정하는 거냐. 그렇다면 연기, 영화 분야는 또 어떤 걸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역법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병역면제에 관한 여러 사례들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국내, 해외 사례도 검토해봐야 하고 예전이랑 비교해서 달라져야 한다면 정확한 이유와 달라진 상황에 대해서도 병무청에서 신중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대중들은 BTS라는 한 사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대중문화예술계에 대한 장기적이고 폭넓은 관점으로 접근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기준을 토대로 할 때 비로소 '공정함'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이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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