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권경영 리포트’는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인권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과 모범사례를 살펴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권경영 전문가들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다양성 존중’에 진심인 3M엔 '최고 평등 책임자(CEO)'가 있다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⑯]
미국의 글로벌 제조사 3M엔 두 종류의 CEO가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외에 최고 평등 책임자(Chief Equity Officer)가 있다. 최고 평등 책임자는 회사와 비즈니스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평등을 증진할 책임을 맡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를 두는 경우는 많은데 3M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3M의 최고 평등 책임자 아래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당하는 최고 다양성 책임자와 기부와 봉사, 사회정의 전략과 이니셔티브를 담당하는 부사장급 임원들이 있다.

고객, 공급망, 지역사회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으니 회사가 이를 반영하는 건 당연하다는 게 3M의 입장이다. 3M은 평등이 다양성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하는 열쇠이며 핵심가치라고 여긴다. 3M은 직장과 지역사회, 공급망 등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에서 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성 존중’에 진심인 3M엔 '최고 평등 책임자(CEO)'가 있다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⑯]
다른 경험, 인종, 나이, 성적 지향과 정체성, 능력, 개성, 스타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을 출발이라 여긴다. 이를 위해 다양성 목표 및 평등 전략을 세운다. 3M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초급 관리직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과소 대표 인력을 두 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1년 현재 3M은 여성 40.5%, 외국인 6.6%, 소수인종 9.2%, 장애인 1.8%, 성소수자 0.6%인데 그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3M은 모든 나라의 사업장에서 성별 임금차별을 없앨 목표를 세웠고 100% 달성했다고 한다.

3M은 다양한 직원모임을 통해 포용성을 높인다. ‘PRIDE’는 성소수자 모임, ‘Diverse Ability Network’은 장애인 모임이다(장애인을 disability로 부르지 않고 diverse ability로 부른다). 여성 리더십 포럼에 가장 많은 직원이 참여한다. ‘옹호자인 남성들’(Men as advocates)이라는 모임도 있는데, 남성 직원들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옹호하는 활동을 한다.

2021년에 ‘Work your way’(네 방식대로 일해라)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장소·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도 여성이나 장애인 등 직원들의 평등과 포용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다양성 존중’에 진심인 3M엔 '최고 평등 책임자(CEO)'가 있다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⑯]
평등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도 다양하게 실시한다. ‘REAL 동맹’이라는 프로그램인이 대표적이다. 반성, 공감, 행동, 학습(Reflect, Empathize, Act, and Learn)의 약자다. 직원들이 다른 사람 특히 소수자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공감하며, 경청하고, 옹호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평등을 위한 실천을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위해 ‘평등 행동 주간’이라는 행사도 연다.

공급망과의 관계에서도 평등을 고려한다. 이른바 다양한 공급망(Diverse suppliers)과의 거래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양한 공급망은 여성, 장애인, 상이군인, 성소수자 등이 경영하거나 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급망을 말한다. 3M은 지역사회의 평등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20년 이후 인종평등을 위해 700억 원가량을 기부하기도 했다. 도시의 안전과 이동권, 소수자의 주택 문제, 건강권 등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2020년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눌러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공권력이 흑인의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지만, 기업 안에서도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ESG의 기수인 블랙록조차도 당시 흑인 등 소수인종의 비율이 5%에 불과했다. 차별은 기업 안에서도 뿌리 깊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은 차별과 평등이 국가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문제임을 깨닫게 됐다. 다양한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차별을 시정하고 평등을 향상하는 건 기업의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기업, 평등에 진심인 기업을 지향하는 3M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다양성 존중’에 진심인 3M엔 '최고 평등 책임자(CEO)'가 있다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⑯]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지평 ESG센터 센터장
前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