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캠핑카에 밀려…갈수록 '주차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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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싸움 경찰 출동 매일 56건
일반 주차공간 점점 줄어든 탓
캠핑카 등 차량 대수는 '폭증'
"안쓰는 장애인 주차장 많아
현실 맞게 축소해야" 목소리도
주차싸움 경찰 출동 매일 56건
일반 주차공간 점점 줄어든 탓
캠핑카 등 차량 대수는 '폭증'
"안쓰는 장애인 주차장 많아
현실 맞게 축소해야" 목소리도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조모씨(31)는 같은 아파트 이웃 주민과 한 시간 넘게 언성을 높였다. 이웃 주민의 캠핑카가 조씨의 차량을 막고 있었는데 30분이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은 게 싸움의 발단이 됐다. 다툼은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진정됐다.
도심 속 주차장 부족 문제로 이웃 간에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차량은 늘어나는데 주차장은 줄어드는 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주차 갈등이 단순 다툼을 넘어 살인미수, 폭행, 고소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자동차로 갈등이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자동차 총등록대수는 2491만1000대다. 2010년(1794만1356대)과 비교하면 국토부에 등록된 자동차는 약 700만 대 증가했다. 자동차를 국민 2.07명당 한 대씩 가진 셈이다.
원룸형 주택이 밀집한 빌라촌은 가구당 주차대수가 0.5~0.6대밖에 되지 않아 이웃간에 시비와 갈등이 더욱 빈번하다. 지난 6월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50대 남성이 주차 갈등으로 실랑이를 벌이던 이웃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구속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이 적용되면서 새 아파트는 총 주차면수의 5%, 이미 지어진 아파트는 2% 이상 전기차 충전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 구역 관련 민원은 2019년 3건, 2020년 23건, 지난해에는 114건이나 발생했다. 올해는 민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부터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된 일반 차량을 신고하면 최대 2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캠핑카와 전기차는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는 29만8633대로 지난해 상반기(17만3147대) 대비 10만 대 넘게 늘었다. 캠핑카는 지난해 5673대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등록된 캠핑카 전용주차장은 전국에 13곳밖에 없다.
장애인 이용자가 아예 없는 시설에서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줄여 일반 차량 주차 대수를 늘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적 의무 비율에 기계적으로 꿰맞추다 보니 장애인 출입이 거의 없는 체육 시설 등에서도 상당한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설물의 부설주차장 주차대수 중 2~4% 범위 안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는 비율도 다르다. 서울시는 노외주차장의 주차대수가 50대가 넘으면 무조건 주차대수의 3% 이상 장애인 전용주차구획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 조건부 면허 소지자(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0에 따라 신체 상태에 따른 운전조건이 부과된 사람)는 작년 기준 16만3422명이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3372만9806명의 0.48%에 불과하다.
한 골프장 대표는 “재직 기간인 3년 동안 장애인이 골프를 치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지만,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우선으로 수십 곳을 전용 주차구역으로 운용하도록 돼 있어 그렇게 하고 있다”며 “현실과 괴리된 규정”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도심 속 주차장 부족 문제로 이웃 간에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차량은 늘어나는데 주차장은 줄어드는 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주차 갈등이 단순 다툼을 넘어 살인미수, 폭행, 고소까지 이어지고 있다.
○10년 새 주차 갈등 민원 153배 폭증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전국 주차장에서 살인·절도·폭력 등 강력범죄가 10만3795건 발생했다. 경찰이 지난 5년간 하루평균 56건 이상 주차장에 출동한 셈이다. 국민신문고에 사유지(아파트·빌라 등) 내 주차 갈등으로 들어온 민원 건수는 작년에만 2만4817건이 접수됐다. 2010년 162건과 비교하면 10년 새 주차 갈등 민원이 153배로 증가했다.전문가들은 늘어난 자동차로 갈등이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자동차 총등록대수는 2491만1000대다. 2010년(1794만1356대)과 비교하면 국토부에 등록된 자동차는 약 700만 대 증가했다. 자동차를 국민 2.07명당 한 대씩 가진 셈이다.
원룸형 주택이 밀집한 빌라촌은 가구당 주차대수가 0.5~0.6대밖에 되지 않아 이웃간에 시비와 갈등이 더욱 빈번하다. 지난 6월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50대 남성이 주차 갈등으로 실랑이를 벌이던 이웃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구속되기도 했다.
○전기차·캠핑카로 혼잡해진 주차장
캠핑 문화 확산과 전기차 등장이 ‘주차전쟁’의 또 다른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전용 주차장과 캠핑카, 트레일러가 늘어난 탓에 일반 차량 주차공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올해부터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이 적용되면서 새 아파트는 총 주차면수의 5%, 이미 지어진 아파트는 2% 이상 전기차 충전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 구역 관련 민원은 2019년 3건, 2020년 23건, 지난해에는 114건이나 발생했다. 올해는 민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부터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된 일반 차량을 신고하면 최대 2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캠핑카와 전기차는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는 29만8633대로 지난해 상반기(17만3147대) 대비 10만 대 넘게 늘었다. 캠핑카는 지난해 5673대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등록된 캠핑카 전용주차장은 전국에 13곳밖에 없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으로 ‘불똥’
불붙은 갈등은 장애인 주차 구역으로도 옮겨 붙고 있다. 실거주 장애인 수에 맞춰 축소하거나, 가변식으로 유연하게 운용하자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의 G아파트는 지난달 장애인 주차구역 조정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주민 과반수가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줄이는 데 동의했다. 이 아파트의 전체 주차면 수는 3865면이다. 이 중 127면(지상 119, 지하 8)이 장애인 주차구역인데 이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장애인 이용자가 아예 없는 시설에서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줄여 일반 차량 주차 대수를 늘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적 의무 비율에 기계적으로 꿰맞추다 보니 장애인 출입이 거의 없는 체육 시설 등에서도 상당한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설물의 부설주차장 주차대수 중 2~4% 범위 안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는 비율도 다르다. 서울시는 노외주차장의 주차대수가 50대가 넘으면 무조건 주차대수의 3% 이상 장애인 전용주차구획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 조건부 면허 소지자(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0에 따라 신체 상태에 따른 운전조건이 부과된 사람)는 작년 기준 16만3422명이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3372만9806명의 0.48%에 불과하다.
한 골프장 대표는 “재직 기간인 3년 동안 장애인이 골프를 치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지만,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우선으로 수십 곳을 전용 주차구역으로 운용하도록 돼 있어 그렇게 하고 있다”며 “현실과 괴리된 규정”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