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갔는데…한국에 있는 '母 꼬마빌딩' 상속받을 수 있나요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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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후 정착한 첫째 아들 A씨
한국 살던 모친은 생전 둘째 아들 B씨에 부동산 증여
모친 사망 후 A씨, B씨 상대 유류분청구 가능할까
모친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법률관계는 한국 상속법 기준
한국 민법, 상속인 국적 따지지 않아
A씨, B씨에게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 가능
모친이 미국 시민권자였다면 얘기 달라져
A씨, 한국 부동산에 대해 유류분청구할 수 없어
재외동포이 한국 부동산 상속받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법 영향 받아
한국 상속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불이익 없어
한국 살던 모친은 생전 둘째 아들 B씨에 부동산 증여
모친 사망 후 A씨, B씨 상대 유류분청구 가능할까
모친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법률관계는 한국 상속법 기준
한국 민법, 상속인 국적 따지지 않아
A씨, B씨에게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 가능
모친이 미국 시민권자였다면 얘기 달라져
A씨, 한국 부동산에 대해 유류분청구할 수 없어
재외동포이 한국 부동산 상속받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법 영향 받아
한국 상속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불이익 없어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은 상속‧자산관리와 관련된 핵심 내용을 살펴봅니다. ‘완벽한 상속’을 계획하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유형별로 들여다봅니다.재외동포가 상속을 받거나 한국에 상속할 자산이 있는 경우, 어느 국가 법을 적용받게 될까?
법무법인 바른의 상속 및 자산관리 전문가인 조웅규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상속 준비 단계에서의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안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 주]
A씨는 미국 유학 후 그곳에서 정착한 뒤 시민권도 취득했다. A씨의 동생 B씨와 모친은 계속 한국에 살았고, 모친 C씨는 서울 소재의 꼬마빌딩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으로 생활해왔다. 최근 모친 C씨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모친 명의의 꼬마빌딩이 모친 사망 직전에 동생 B씨에게 증여된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에도 동생 B씨는 모친 C씨의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생활했고, 몇 년 전 사업을 한다고 모친이 거주하던 집까지 매각해 사업경비로 사용했다. A씨는 일부라도 자신이 상속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꼬마빌딩마저 동생 B씨 명의가 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A씨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자녀들에게 상속분의 1/2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는데, 미국 시민권자인 A씨도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 해석과 판단의 기준이 되는 법을 준거법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준거법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속한 나라의 법으로 정해진다. 한국 국제사법에 의하면,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는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
A씨의 사례에서, 피상속인 모친 C씨는 한국 국민이다. 때문에 상속에 따른 법률관계는 한국 상속법을 준거법으로 한다. 한국 민법에 의하면, 유류분이 침해된 상속인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갖고 상속인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 따라서 A씨는 C씨의 직계비속인 상속인이므로, 동생인 B씨로 인해 유류분이 침해됐다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속세를 살펴보면, C씨는 세법상 대한민국 거주자에 해당하므로, C씨가 남긴 모든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한다. 위 상속세는 상속인 A씨와 B씨가 연대해 납세할 의무가 있다. A씨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에 있는 상속재산뿐 아니라 모든 상속재산이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 거주자로부터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상속받은 경우, 미국에서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A씨의 모친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라면 결론이 달라질까?
앞서 한국 국제사법에 의하면, 피상속인 C씨의 본국법인 미국법이 준거법이다. 그런데 미국은 국제사법 일반원칙(Restatement of Conflict of Laws) 및 이를 반영한 각 주법에서, 부동산에 관한 무유언상속 내지 유언에 관해 부동산 소재지의 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대해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정지의 국제사법이 어느 외국법을 적용할 것을 지정했으나, 해당 외국의 국제사법 규정에 의하면 법정지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법정지법을 적용하는 것을 ‘반정’이라 한다.(국제사법 제22조)
만약 C씨가 한국 꼬마빌딩을 생전 B씨에게 증여하지 않고 사후 B씨에게 넘기는 취지의 유언을 하려 했다면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 이 때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유언의 요건과 방식을 갖춰야 한다.
형식적 엄격주의에 따라 유언의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해석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법은 무해한 하자의 치유 원칙, 적법한 작성 추정의 원칙 등 형식에 다소 하자가 있어도 유언의 효력을 가급적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유언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높다.
국제사법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유언의 방식에 한정해 ‘1. 유언자가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국적을 가지는 국가의 2. 유언자의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일상거소지법, 3. 유언 당시 행위지법 4. 부동산에 관한 유언의 방식에 대해서는 그 부동산의 소재지법’에 따른 유언도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국제사법 제78조 제3항).
유류분반환청구 문제로 돌아와보자. C씨가 소유하던 꼬마빌딩이 한국에 있어 미국법에 따라 한국 법률이 적용된다면, 시민권자인 A씨는 한국 민법에 따라 유류분반환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한국 국제사법의 경우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는 피상속인 C씨의 본국법인 미국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국제사법 일반원칙 및 이를 반영한 각 주법에서 부동산에 관해 유언이 없는 경우의 상속관계와 부동산에 관한 유언의 유효성과 효력에 대해 부동산 소재지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미국법에서 부동산 소재지의 법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에 관해 유언이 없는 경우의 상속관계 및 부동산에 관한 유언의 유효성과 효력에 한정된다. 정리하자면, 부동산에 관해 유언이 없는 경우 상속관계 및 부동산에 관한 유언의 유효성과 효력 이외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에 관해 유언이 없는 경우의 상속관계 및 부동산에 관한 유언의 유효성과 효력에 관한 내용이 아닌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존재 여부 등 나머지 상속제도에 관해선 부동산 소재지의 법이 아닌 미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미국에서 배우자에 대해 유류분과 유사한 ‘선택분(elective share)’이 인정된다. 하지만 직계비속의 경우 이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A씨의 경우, 미국법상 A씨에게 유류분 또는 그와 유사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최근 한국의 하급심 법원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피상속인이 한국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생전에 다른 상속인에게 증여한 경우 나머지 상속인이 이에 대해 유류분반환청구가 가능한지 문제 된 사안에서 법원은 아래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망인의 본국법인 미국 뉴욕 주법상 준거법 지정의 반정 또는 숨은 반정이 허용된다고 할 수 없는 이상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 관한 준거법으로는 미국 뉴욕 주 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 주 법에 상속과 관련해 유류분제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들에 의해 원고의 유류분이 침해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2.13. 선고 2017가합516013 판결, 상급심에서도 확정).
즉, 미국의 각 주법에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포함한 상속제도 전반에 관해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는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미국법에 없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속세를 살펴보면, 시민권자인 C씨가 사망했으므로 미국 내에 있는 상속재산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C씨의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되고, 한국에 있는 꼬마빌딩 역시 상속세의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꼬마빌딩에 대해 한국에서도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A씨의 상속인들은 한국과 미국에 이중으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다만, 한국 내 상속재산에 대해 한국에서 납부한 상속세는 미국에서 상속세를 계산할 때 외국 납부세액으로 공제받을 수 있다. 미리 준비하기만 한다면 실제로 이중 납부할 위험은 크지 않다.
이처럼, 재외동포들이 한국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상속받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 상속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속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민법/신탁법)
제41기 사법연수원 수료
한국신탁학회 상임이사
중견기업연합회 기업승계 담당 변호사
상속신탁연구회 회장
Estate Planning Center 상속설계 본부장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