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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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변호사로 새출발을 준비하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자진해서 변호사 등록신청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실상 퇴짜를 맞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벗지 못하면 변호사 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최근 권 전 대법관에게 변호사 등록신청을 자진해 철회해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단체는 지난달 26일 권 전 대법관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한 달간 적격성을 심사해왔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대한변협 측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에 연루돼 변호사법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상황에서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한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로비를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대법관 퇴임 후 대장동 개발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으로 취업해 자문료로 매달 1500만원씩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권 전 대법관이 퇴임 두 달 전인 2020년 7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는 데 관여한 대가로 화천대유에 취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대한변협은 “국회가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출입기록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자신의 집무실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8차례 만났다”며 “이 시기는 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권자였던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심리가 대법원에서 계류돼있던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임해 변호사 등록 및 개업신고 없이 고문료를 받는 등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청렴과 공정함의 상징으로 후배 법조인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전직 대법관의 모습과 지극히 거리가 멀다”고 했다.

대한변협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남아 있고, 언행 불일치 행보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만큼 더욱 깊이 자숙하고 겸허하게 처신해야 마땅하다"며 "나아가 국민의 세금으로 각종 특혜를 누리며 대법관 등 법조 고위직을 지낸 명망가가 퇴임 후 다시 변호사 개업을 해 법정과 재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후진적 문화는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50억 클럽으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선 곽상도 전 의원만 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경찰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여서 일각에서 "수사 뭉개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성/최진석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