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현장서 가장 끔찍했던 건…" CPR한 의사의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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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로 역대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후 현재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이날 오전 2시께 59명으로 파악됐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6시 기준 149명으로 급증했고 중상자들이 치료 중 더 사망해 153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중 일부가 중상을 입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끔찍한 참사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의 피해자를 목격한 의사들의 끔찍했던 기억을 공유했다.
의사 A 씨는 익명 커뮤니티에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도움이 될까 싶어 이태원으로 갔다"면서 "평상시 환자를 볼 때 무딘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 끔찍했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몇십미터 전방부터 구급차 소리, 울음소리에 아수라장이었다"면서 "경찰이 통제했지만 의료진이고 CPR 할 수 있다고 하니 들여보내 줬다. 바닥에 눕혀진 사람들은 이미 청색증이 와 있는 수준이었고 한 응급구조사가 누워있는 사람에게 CPR을 하는데 코와 입에서 피가 나와서 '이 사람들을 살릴 수 없겠구나' 싶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 와중에 가장 끔찍했던 건 가지 않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던 구경꾼들이었다"면서 "앰뷸런스에 환자가 실려 가는 상황에서 CPR 하다가 잠시 물 마시는데 지나가던 한 20대가 "아우 씨, 홍대 가서 마저 마실까?"라고 말하는 걸 듣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CPR을 해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무능한 의사가 된 기분도 끔찍했지만 타인의 죽음 앞에서 아무 감정 없이 다음 술자리를 찾던 그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의사 B 씨는 "나도 거기 있다가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다. 시체 사진 찍는 사람 너무 많더라"라며 "여태까지 꽤 많은 죽음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충격이 너무 크다. 가망 없는데도 친구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난리 치는 친구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B 씨는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여서 그런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구조대도 바빠서 환자 분류해줄 인력도 없었고 기도가 하나도 없는 거 보고 진짜 허탈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행위를 한 이들은 극소수며 대다수 시민들은 구조를 하기위해 애썼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압사 사망자들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좁은길을 통과하다 앞뒤로 밀려드는 인파에 깔리고 말았다. 경사진 도로에서 넘어지는 사람이 발생하자 도미노처럼 깔렸으며 구급대원이 접근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사고 발생 약 한 시간 후에야 CPR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서 있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들의 원인이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송경준 서울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보라매병원)는 연합뉴스에 "구조 당시 대다수에서 이미 심정지가 왔다는 것은 짓눌리는 압력으로 흉강이 팽창이 안 되면서 산소 공급이 끊겨 저산소증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골목길에서 통행로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게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여러 통행로를 미리 확보해 압사 같은 사고를 미연에 막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대규모 압사 참사와 관련해 현장 영상 유포와 혐오 표현 등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가 모두 시민 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권했다.
학회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이들에 대한 혐오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학회는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하고 회복을 방해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재난 상황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청 치안상황실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와 개인정보 유출행위 등 온라인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후 현재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이날 오전 2시께 59명으로 파악됐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6시 기준 149명으로 급증했고 중상자들이 치료 중 더 사망해 153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중 일부가 중상을 입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끔찍한 참사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의 피해자를 목격한 의사들의 끔찍했던 기억을 공유했다.
의사 A 씨는 익명 커뮤니티에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도움이 될까 싶어 이태원으로 갔다"면서 "평상시 환자를 볼 때 무딘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 끔찍했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몇십미터 전방부터 구급차 소리, 울음소리에 아수라장이었다"면서 "경찰이 통제했지만 의료진이고 CPR 할 수 있다고 하니 들여보내 줬다. 바닥에 눕혀진 사람들은 이미 청색증이 와 있는 수준이었고 한 응급구조사가 누워있는 사람에게 CPR을 하는데 코와 입에서 피가 나와서 '이 사람들을 살릴 수 없겠구나' 싶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 와중에 가장 끔찍했던 건 가지 않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던 구경꾼들이었다"면서 "앰뷸런스에 환자가 실려 가는 상황에서 CPR 하다가 잠시 물 마시는데 지나가던 한 20대가 "아우 씨, 홍대 가서 마저 마실까?"라고 말하는 걸 듣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CPR을 해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무능한 의사가 된 기분도 끔찍했지만 타인의 죽음 앞에서 아무 감정 없이 다음 술자리를 찾던 그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의사 B 씨는 "나도 거기 있다가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다. 시체 사진 찍는 사람 너무 많더라"라며 "여태까지 꽤 많은 죽음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충격이 너무 크다. 가망 없는데도 친구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난리 치는 친구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B 씨는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여서 그런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구조대도 바빠서 환자 분류해줄 인력도 없었고 기도가 하나도 없는 거 보고 진짜 허탈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행위를 한 이들은 극소수며 대다수 시민들은 구조를 하기위해 애썼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압사 사망자들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좁은길을 통과하다 앞뒤로 밀려드는 인파에 깔리고 말았다. 경사진 도로에서 넘어지는 사람이 발생하자 도미노처럼 깔렸으며 구급대원이 접근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사고 발생 약 한 시간 후에야 CPR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서 있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들의 원인이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송경준 서울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보라매병원)는 연합뉴스에 "구조 당시 대다수에서 이미 심정지가 왔다는 것은 짓눌리는 압력으로 흉강이 팽창이 안 되면서 산소 공급이 끊겨 저산소증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골목길에서 통행로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게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여러 통행로를 미리 확보해 압사 같은 사고를 미연에 막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대규모 압사 참사와 관련해 현장 영상 유포와 혐오 표현 등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가 모두 시민 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권했다.
학회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이들에 대한 혐오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학회는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하고 회복을 방해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재난 상황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청 치안상황실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와 개인정보 유출행위 등 온라인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