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철학 공부한 다윈이 진화론 만들어…빅블러 시대 경계 스스로 넘어야"
"찰스 다윈에 대해 우리는 진화학을 일군 생물학의 선구자로 기억하죠. 동시에 다윈은 지질학자였고 철학자이자 박물학자였습니다. 경계를 뛰어넘은 자가 새로운 학문을 만든 거죠. '빅블러' 시대에 필요한 인재에 대한 해답은 이미 주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은 3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의 '빅블러 시대의 인재'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업 업종 학문간 경계가 흐릿해지며 융화가 일어나는 빅블러 시대엔 스스로 경계를 정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탐구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 연구원은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가 '달 탐사를 이끌 과학자' 5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할 만큼 학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과학자다. 에세이를 출간한 문학작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천문학자로서의 일상을 다룬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심 연구원은 "문과의 특화분야로 생각되는 글쓰기는 사실 과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했다. 연구 논문을 저술하는 능력은 물론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자신의 연구결과를 타인에게 알리는 모든 과정에서 글쓰기의 소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일반 대중 역시 '과학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소양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게 심 연구원의 지론이다. 고도의 과학기술이 일상 생활 곳곳에 쓰이는 시대인 만큼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과학적 지식은 필수 소양이 될 것이란 것이다.

심 연구원은 "최근 유튜브를 바탕으로 대중과학자로 활동하는 커뮤니케이터들이 늘어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며 "다양한 분야와 소통이 가능해야 빅블러 시대에 맞는 인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다양한 학문을 넘는 '멀티 리터러시(독해력)' 가 빅블러 시대 인재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과거에는 기본적인 독해 역량(싱글 리터러시)만 갖추더라도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모든 산업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러 산업을 넘나드는 '멀티 리터리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멀티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의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멀티 리터러시 시대에는 여러 학문을 복합적으로 학습하고, 학습 순서까지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의 프로듀서인 구병준 PD(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대표)는 빅블러 시대의 인재가 갖출 능력으로 '뷰자데(Vuja De)' 를 꼽았다. 뷰자데란 색다른 것에서 익숙함을 느끼는 '데자뷰(déjà vu)'의 반대 개념이다. 기존의 익숙한 것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창의적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 PD는 "11년간 이어온 세바시도 이러한 익숙한 강연프로그램을 새롭게 보려는 시도에서 처음 출발하게 됐다"며 "스스로의 업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빅블러 시대의 핵심 인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