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사라져 전학생도 못 받아…영도구 초등 14곳 중 4곳이 미니학교
지난해 신생아 수 262명…몇 년만 지나도 관내 초등학교 사라질 위기

[※ 편집자 주 = 부산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부산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전국 7개 대도시 중 처음입니다.

이런 부산에서도 인구감소가 가장 심한 곳은 원도심입니다.

원도심 중에서도 부산의 섬이라고 불리는 영도구는 미래 고령화된 부산의 모습에 가장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소멸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학자들은 고령사회 충격을 지진에 빗대어 '인구지진'으로 불립니다.

연합뉴스는 인구지진이 시작된 부산 영도구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소멸의 현상과 대책, 과제 등을 담은 기획물을 매일 1편씩 5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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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소멸] ② "5학년은 0명, 학생이 없어요"
"그 학생이 떠날 때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전학을 가야 한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가방을 싸더라고요…."
부산 영도구에 있는 신선초등학교 관계자는 15일 "A군이 전학 갈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인근 마을의 인구 유출이 시작되면서 현재는 전체 재학생 수가 41명에 불과한 도심 속 미니학교다.

현재 1학년이 2명, 2학년 3명, 3학년 11명, 4학년 7명, 5학년 0명, 6학년 16명, 특수학급 2명이 전부다.

저학년으로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고, 5학년은 현재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다.

해당 학년의 유일한 학생이던 A군이 학급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교육청 방침에 따라 결국 전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학생이 1명밖에 없다 보니 교원 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5∼6학년을 복식학급으로 통합운영을 하겠다고 하자 학부모가 고민하다가 전학을 선택했다"면서 "'혼자 있어도 끝까지 다닐 거예요' 하던 씩씩한 학생이었는데 가방을 싸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5학년 학급이 사라진 뒤 최근 '5학년 학생 전학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들어 왔지만, 학급이 사라진 탓에 전학생조차 받을 수 없었다.

이 관계자는 "전학 문의를 했던 학생은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교육청이 학급을 없앨 때 너무 경제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학생 한 명이 천하보다 귀하는 생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급을 유지하는 정책적 배려를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산 원도심 소멸] ② "5학년은 0명, 학생이 없어요"
이런 소규모 학교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늘어나 주민에게조차 낯선 상황이다.

1996년 제1회 졸업생만 116명이던 영도구 절영초등학교는 이제 모든 학년의 학생 수가 65명에 불과하다.

1학년이 13명, 2학년 10명, 3학년 12명, 4학년 11명, 5학년 8명, 6학년 6명, 특수학급 5명이다.

영도구 봉삼초등학교도 현재 1학년이 7명, 2학년이 10명, 3학년이 10명, 4학년 12명, 5학년 10명, 6학년 8명, 특수학급 3명으로 재학생 수가 60명에 불과한 상태다.

태종대초등학교도 총 재학생이 63명으로 1학년 9명, 2학년 15명, 3학년 12명, 4학년 5명, 5학년 9명, 6학년 10명, 특수학급 3명이다.

이들 학교는 영도구 초등학교 14곳 중 재학생 수가 적은 순이지만, 인구 감소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영도구 교육통계를 보면 1999년도만 해도 영도구에 전체 초등학생은 1만2천949명이었지만 지금은 4분의 1토막인 3천630명에 불과하다.

어린 아동일수록 숫자는 더 적다.

지난해 영도구 유치원생 수는 688명밖에 되지 않았고, 신생아 수는 262명에 그친 상황이다.

[부산 원도심 소멸] ② "5학년은 0명, 학생이 없어요"
이성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영도구의 인구 피라미드는 60대부터 매우 가파른 역삼각형의 형태로, 그동안 눈여겨보지 못한 특이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통계 지표상 연령별 인구 중 20대 1인 가구 비율도 매우 낮고, 신혼부부는 적은데 출산연령이 높고, 인구 이동이 수도권이 아니라 부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몇 가지 특이점도 보인다"면서 "현장에서 이런 통계적 지표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인구 감소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영도구의 학령인구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학교 이전이나 폐교 문제는 곧장 지역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곤 한다.

최근 부산교육청이 영도구 유일한 남자 공립고등학교인 부산남고의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개교 70년 만에 학교를 강서구로 이전하는 결정을 내리자 지역사회는 부글부글 끓었다.

인구소멸과 지역 교육 인프라를 걱정하는 지역 주민들은 교육청이 소멸을 부추기고 있다며 학교 이전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성명서도 낸 바 있다.

권혁 영도교육혁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부산남고를 이전하게 되면 단순히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이전하거나 통폐합하는 방식만 고집한다면 지역 간 불균형과 격차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해결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