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반말에 당당하고 뻔뻔하게 같이 반말"
네티즌들 "가게 망한다" vs "존댓말은 기본"
알바생 갑질 경험·상처 받는 갑질 유형 1위 '반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말하는 손님들 먹이는(복수하는) 작고 사소한 나만의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A 씨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이들한테 반말을 듣다 환멸이 나서 이 글을 쓴다"며 "이게 모든 걸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해서 공유해볼까 한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반말하는 손님들을 '꼰대'로 규정하면서 "이건 다들 하는 거겠지만, 당당하고 뻔뻔하게 같이 반말한다"고 했다. 그는 "반말 꼰대들한테는 나갈 때 인사도 굳이 하지 않는다"며 "주위에 다른 손님이 있다면 그분한테는 깍듯하게 존댓말 써서 응대하면 꼰대들의 당황은 2배가 된다"고 했다.
A 씨는 "그렇게 하면 '아, 내가 말 놓아서 얘가 똑같이 이러는구나'라고 자각하게 된다"며 "반말 쓰는 인간들은 집에서도 어디서도 대접 못 받으니 애꿎은 젊은 사람들한테 하대하고 대접받고 싶어서 고의로 그러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생 그따위로 살아와서 무의식적으로 그러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일례로 A 씨는 한 할머니 손님이 "아가, 이거 얼마고? 후딱 계산해봐라"고 말하자 "3만 원, 일시불로 해줄까?"라고 반말로 응대했다고 한다. 한참 어린 A 씨의 반말에 당황했는지, A 씨는 "할머니 손님이 자신이 한 말을 듣고 주춤거렸다"고 전했다.
A 씨는 또 손님이 반말하면 아무 지역 이름을 대면서 "김 모 씨를 아세요?"라고 물어본다고도 했다. 손님이 "모른다"고 하면 "반말하시길래 저희 아버지 친구인 줄 알았다"며 "말 놓으시니까 제가 손님을 못 알아본 건가 했다"고 눈치를 준다는 것이다.
A 씨의 글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나이와 위치에 상관없이 처음 만났으면 존댓말을 쓰는 게 기본"이라는 의견과 A 씨의 언행이 "손님들의 발길을 끊기게 만들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한 네티즌은 "(반말을) 안 당해본 사람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하지 마라. 서비스업 알바생이나 사장님들도 귀한 자식들"이라며 "딸 같고 손자 같아서 반말한다고 하는데, 알바생은 손님의 가족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속이 뻥 뚫린다", "사이다", "고소하다", "잘했다" 등 A 씨를 응원하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이런 알바생을 쓰면 가게 망한다", "초등학생한테도 존댓말 쓸 건가", "의도는 알겠지만 지속적으로 할 건 아닌 것 같다", "본인 사업장에서나 그렇게 하라" 등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알바생들 사이에선 손님의 반말이 최악의 갑질 유형으로 꼽히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0월 알바생인 MZ(밀레니얼+Z세대) 1652명에게 물은 결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9.2%가 '손님에게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가장 많이 경험한 갑질 유형은 '반말'로 56.7%로 집계됐다. 가장 상처받았던 갑질 유형도 '반말형'이 22.5%로 1위를 차지했다. '알바생을 무시하는 인격 무시형'(13.6%)과 ‘분노 조절 못하는 화풀이형'(12.8%) 등보다도 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갑질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은 매뉴얼만 반복하는 '앵무새형'이 41.5%로 가장 많았다. 도리어 손님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사과형'이 34.6%로 2위였다. A 씨처럼 '반말에는 반말로 대응했다'는 응답자는 11.8%였다.
최근 반말로 응대하는 MZ세대 편의점 알바생을 향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언한 7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도 있었다. 70대 남성 B 씨는 2020년 11월 담배를 사기 위해 들른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20대 알바생 C 씨에게 욕설한 혐의로 지난 8월 5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B 씨가 상품명만 짧게 말하자 C 씨가 "2만 원"이라고 반말로 응대하면서 벌어졌다. 격분한 B 씨는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고 따졌고, C 씨는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라고 따졌다. 본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나이가 훨씬 많다는 이유로 반말하거나 반말 응대를 한 피해자에게 폭언에 가까운 말을 표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