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가게 해달라" 승객-기사 실랑이…한 정거장 거슬러 오기도
"벌써 4대나 못타고 보냈어요" 광역버스 입석금지에 퇴근길 한숨
경기지역 광역버스 입석 승차가 제한된 첫날 저녁 서울에서 퇴근길에 나선 장거리 통근자들 상당수가 길어진 대기 시간에 한숨을 토해야 했다.

18일 오후 6시 남대문세무서 앞 순천향대병원 방향 버스정류장에는 경기 성남·수원·용인 등으로 귀가하려는 직장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후 30분 동안 이미 만석 상태인 버스 여러 대가 정차하지 않고 정류장을 통과했다.

기다리다 지친 이들 예닐곱 명이 우르르 멈춰 선 버스 앞으로 뛰어갔지만, 기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오늘부터 입석 금지"라고 큰 소리로 안내했다.

대기자들 일부는 "서서 가면 안 되느냐"고 기사와 실랑이를 벌였지만, 소용없었다.

다시 버스를 보내고는 "한 명 차이로 잘렸네"라며 탄식을 내뱉는 이도 있었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다른 버스를 알아보거나 짜증 섞인 얼굴로 지하철역을 향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수원 영통으로 간다는 대학생 김모(20) 씨는 "원래 다음 정류장인 순천향대병원 앞에서 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좌석이 없으면 안 태워준다기에 남대문세무서 앞으로 거슬러 올라왔다"며 "그런데도 벌써 3대나 만석이어서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겠다며 시내 간선 버스를 타고 떠났다.

성남시 분당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권모(34) 씨는 "원래는 버스에 서서 타고 갔는데 오늘은 벌써 만석인 버스를 4대나 보냈다.

앞으로 회사 상사에게 5분 일찍 퇴근시켜 달라고 건의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들과 함께 버스에 탑승하려던 한 여성은 남은 좌석이 1석뿐인 탓에 다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이에 비해 강남역 일대는 광역버스 대부분이 회차하는 지점이어서 상대적으로 대기 시간이 길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후 6시 40분께 강남에서 수원행 5100번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48) 씨는 "10분 넘게 기다리면서 버스 2대를 보냈다"면서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되면서 퇴근보다는 출근길이 훨씬 힘들어졌다고 했다.

집 앞 정류장이 수원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정거장이다 보니 출근 시간대 이미 만석이 된 버스를 여러 대나 보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광역버스 입석 승차는 원칙상 금지돼 있으나, 그간 출퇴근 시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입석 탑승을 용인해왔다.

그러나 일부 버스회사 노조가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입석 금지 투쟁에 나섰고,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날부터 입석 승차가 전면 중단됐다.

정부와 경기도는 승객들의 불편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버스 공급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