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와 철도파업 예고 등으로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관련 키워드부터 검색하면서 아침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길 혼잡 우려 때문이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태원 참사, 신림선 고장 등 잇따른 사건사고에 이어 최근 전장연 시위에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민노총) 파업까지 이뤄지는 가운데, 실시간 검색어(실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직장인들도 이따금 생기고 있다.

일어나면 '전장연'만 검색했는데
…"이젠 '철도파업'도 찾는다"

출처=구글 트렌드
출처=구글 트렌드
한경닷컴이 구글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전장연'과 '철도파업'을 검색하는 시민들은 아침 6~8시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부터 검색하고 보는 것이다.

전장연은 수능 다음날인 18일부터 시위를 다시 재개하면서 관련 검색량이 매일 오전 6~8시 사이 급상승하고 있다. 그간 전장연 시위는 3·4·5·9호선 등 혼잡이 예상되는 노선이나 구간도 날마다 다를 때가 많았다.

여기에 지난 22일 민노총이 총파업을 선포하면서 철도파업에 대한 우려가 검색량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23일부터 아침마다 '철도파업'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24일부터 태업을 예고하면서 일부 열차지연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철도노조는 다음달 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상일동행 열차가 84분 후에 도착한다는 5호선 고덕역 안내 전광판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SNS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상일동행 열차가 84분 후에 도착한다는 5호선 고덕역 안내 전광판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SNS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예전에 한번 전장연 시위로 인해 열차가 84분 후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떠 있던 적 있지 않았나. 그때 이후로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반사적으로 전장연부터 검색하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직장인인 20대 김 모 씨는 "한번은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을 탔다가 회사에 30분 정도 늦은 적이 있고, 지하철 역 앞까지 갔다가 열차가 지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택시를 찾은 적도 있다"면서 "철도파업이 본격화되면 30분이든 1시간이든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해야하는 건지 걱정도 된다"고 전했다.

이따금 늘어나는 '실검 수요'
…"플랫폼은 할 이유 없다"

포털의 실검 서비스 부활을 바라는 이들도 최근 늘어나는 모습이다. 아침에 일일이 무언가 찾아보는 일이 어려운 탓이다. 10월부터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태원 참사 등에 관련 여론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지난 17일과 18일에는 서울 도시철도 신림선이 열차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출퇴근길에 곤욕을 치뤘다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런 때는 실검이 그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구글 트렌드가 전날 대비 검색량이 급상승한 검색어를 지표화하는 '일별 인기 급상승 검색어'에 따르면 지난 18일 '신림선'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에서는 실검을 부활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2021년과 2020년에 실검을 폐지한 후에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은 피하면서도 트래픽이나 매출 등 타격이 없기 때문이다. 실검은 재난 정보 알림 등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마케팅, 정치적 목적 등의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적지 않게 골머리를 앓아온 서비스다. 국회에서 '실검 조작 방지법' 등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여러 번 거론되면서 지난 총선 때 서비스가 한시적으로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사건사고에 있어서는 실검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실검 수요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선택이 시장 선택에도 부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검이 필요한 때는 있겠지만 리스크가 많다"면서 "트렌드보다 자기 자신의 선호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적 현상도 기업 입장에서 서비스 존속 이유가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