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 무죄' 2심 파기
대법 "연예인 사생활 관련 댓글, '표현의 자유' 적용 안 돼"
연예인 같은 공적 인물에 관해 쓴 뉴스 댓글도 사생활 관련이거나 소수자 혐오 표현이라면 '표현의 자유'를 마냥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공적인 사안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되도록 넓게 보장해야 하지만, 그 자유는 개인의 인격권 보호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여성 연예인 B씨가 출연한 영화 관련 인터넷 포털 기사에 "언플(언론플레이)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등 비방 댓글을 단 혐의를 받았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B씨와 한 남성 연예인 사이에 스캔들이 난 것을 보고 B씨의 애칭인 '국민여동생'을 바꿔 부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A씨의 행동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한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표현이 B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라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연예인 등 공적인 관심을 받는 인물에게 비(非)연예인과 똑같은 모욕죄 성립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호텔녀'가 여성을 상대로 한 '혐오 표현'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며 2심 판단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국민호텔녀'는 피해자가 종전에 대중에게 호소하던 청순함과 반대의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멸적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고,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정당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모욕적 표현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법리도 내놨다.

공적 인물이라 해도 사생활이 관련된 사안이라면 표현의 자유 인정 범위를 좁게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사회적으로 인종·성별·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한 혐오 표현이 문제 되고 있다"며 "혐오 표현 중에는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해 모욕죄 구성요건에도 해당하는 것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