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30~50대 직장인이 공부하기 위해 휴가·휴직을 쓸 수 있게 된다. 대학 재학생이 아닌 일반 성인도 대학의 단기 비학위 과정을 듣고, 학점을 쌓아 학위를 딸 수 있게 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기존 직장인의 ‘리스킬링(reskilling)’을 통해 인력 부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대학을 ‘국민 재교육’ 기관으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향후 5년간 평생학습 정책의 방향을 담은 ‘평생학습 진흥방안(2023~2027년)’을 발표했다. 평생교육진흥계획은 2002년부터 5년 주기로 수립돼 이번이 다섯 번째다.

핵심은 직장인의 평생학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평생학습 휴가·휴직제’다.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은 시간이 부족해 평생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일 때문에 바빠서 평생학습에 불참한다’고 답한 한국 직장인 비율은 46.9%에 달했다. OECD 평균인 20.1%의 두 배가 넘는 비율이다. 올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시행한 조사에서도 ‘시간 부족’(25.9%)이 평생 교육을 안 받는 가장 주요한 이유로 꼽혔다.

법적으로는 학습휴가를 쓸 수 있지만, 실제로 활용하는 직장인은 드물다. 평생교육법은 ‘경영자가 소속 직원에게 학습 휴가를 줄 수 있다’고 재량권만 부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많은 직장인이 학습 휴가와 휴직을 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공론화를 추진하고, 2023~2024년 관련법도 개정한다는 그림이다. 휴가제는 전 국민, 휴직제는 ‘생애 도약기’로 지정한 30~50대를 대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대학 재학생이 아닌 직장인 등 일반인에게도 대학을 개방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학생들이 입학하고, 정해진 교육 과정을 밟아 학위를 따는 곳이었지만, 앞으론 재학생이 아닌 일반 성인의 평생교육도 담당하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직장인 등 일반인이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도 ‘마이크로 디그리’ 등 비학위 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이 학점을 모아 대학 학위를 따거나 대학에 편입도 가능하게 된다. 대학은 기존 대학생을 위한 수업뿐 아니라 직장인의 리스킬링에 적합한 수업도 더욱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다.

‘평생학습 휴직’ 기업에 인센티브 검토

다만 기업 현장에서 평생학습 휴가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육아휴직조차 근로자가 신청할 경우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제도화됐음에도 여전히 불이익을 우려해 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최성부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지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인데, 이번 발표가 국민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직장인이 취득한 학위가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직장인이 마이크로 디그리 등으로 학점을 모아 학위를 취득할 수 있지만, 이 학위는 총장 명의가 아니라 교육부 장관 명의로 부여된다. 최 국장은 “‘국가 학습경험 인정제’를 통해 취득한 학위가 대학에서 취득하는 학위와 차별되지 않도록 질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