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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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대는 올해 입학하는 모든 학생에게 현금 60만원을 준다. 스마트기기 구입을 지원한다는 명목이다. 입학 전까지 운전면허, 워드프로세서, 한국사능력시험 등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격증 한 개당 현금 10만원씩 최대 40만원을 지급한다. 토익 850점 이상이면 100만원을 더 얹어준다.

‘현금 효과’는 없었다. 올해 정시 모집에서 호남대 경쟁률은 0.87 대 1. 수험생 한 명이 대학 세 곳에 지원하므로 경쟁률이 3 대 1 미만이면 미달로 본다. 호남대는 뽑는 인원보다도 적은 수의 학생이 지원했다.

11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정시모집에서 경쟁률 3 대 1 미만을 기록해 ‘사실상 미달’ 상황인 대학 중 86.8%가 지방대였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호남이다. 이 지역 23개 대학 중 18곳은 정시 경쟁률 3 대 1을 넘기지 못해 사실상 미달이었다.

교수들이 신입생 유치 영업에 동원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산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였던 한모씨(65)는 “학과에서 나를 ‘앵벌이’ 교수로 내보냈다”며 “학생 모집하러 고등학교 교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들이 잡상인 보듯 하며 ‘팸플릿 두고 가세요’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갑’인 고교 교사를 ‘접대’하는 일도 흔하다. 비싼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거나, 식당에 못 온 교사를 위해선 교무실에 음식을 배달시켜주기도 한다. 한씨는 “이렇게 진학한 학생들은 ‘큰배움(大學)’을 감당할 수 없고, 학문을 가르치는 게 무리”라며 “이 굴욕을 견딜 수 없어 대학 강단을 떠났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