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500만원도 싫다"…정규직 마다하는 배달 라이더들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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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연봉4500, 바이크 제공해도 "별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메리트 적지 않아"
정규직 되면 타사, 야간 콜 못받아 '제약'
저성장 구조 탓에 '안정적 직장' 메리트 적어
"근무형태는 자영업자, 처우는 정규직처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메리트 적지 않아"
정규직 되면 타사, 야간 콜 못받아 '제약'
저성장 구조 탓에 '안정적 직장' 메리트 적어
"근무형태는 자영업자, 처우는 정규직처럼"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사들이 배달 라이더를 붙잡기 위해 '정규직' 조건을 제시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안정성' 보다 근로 형태의 자율성 보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웬만한 중견기업 신입 초봉에 준하는 연봉과 안정적인 근속을 제시하면서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출범 6개월을 넘긴 지금 당초 채용 목표 50여명 중 40명 정도만 채웠을 뿐 예상했던 선풍적인 인기에는 못 미친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신분으로 일할 때 누리는 '자율 근로'의 장점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규직을 '제약'으로 여기는 플랫폼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배달 라이더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한 배달라이더는 "정규직은 야간 배달을 뛰면 연장·야간근로가 돼버리고, 다른 업체 콜을 받으면 '겸직금지' 규정에 걸리는 등 제약이 많다"며 "자유롭게 일하다가 정시에 출퇴근하려면 답답한 마음도 크다"고 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직후인 8월엔 예상했던 것과 달랐는지 라이더들의 퇴사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정규직 직원의 경우 "집에서 쉬겠다"고 일방 통보한 후 별다른 설명 없이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아 인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호응이 크지 않자 배달의민족은 현재 정규직 확대 계획을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가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일자리를 선택한 1순위 이유로는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62.6%)였지만, △근로 시간·날짜 선택이 가능해서’(18.0%) △자율성·권한을 가질 수 있어서’(6.9%)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플랫폼 종사자들은 근로의 자율성에 큰 가치를 두는 추세다.
잠깐 거쳐간다고 생각하는 플랫폼 업무 자체의 특성상 안정적인 장기근속을 바라지 않는 특고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저성장 경제구조가 지속되면서 특정 직장에 대한 비전과 기대가 감소한 데다, 배달 업종 자체가 기본적으로 저소득 고위험 직업이기 때문에 정규직 형태로는 원하는 소득수준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배송·운전 플랫폼 종사자만 51만3000명이다. 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와 별도의 '산업 트렌드'로 봐도 될 정도다.
이처럼 자율적 근무 형태를 유지하면서 처우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배달라이더들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배달라이더 등 일부 특고들은 '처우는 정규직', '일하는 방식은 자영업자'를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는 추세"라며 "이런 요청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5차 근로복지증진 기본계획(2022~2026)' 아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종사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 종사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추진한다. 차별 받지 않을 권리, 건강권, 산업안전 등을 중심으로 법·제도적 기반 마련을 추진한다. 통계청도 특고 현황을 집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관계 통계분류인 '한국종사상지위분류'를 13년 만에 개정해 올해부터 시행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정규직에 연봉 4500' 제시해도…호응 '별로'
4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1일 자영업자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형식으로 운용되던 라이더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려는 목적으로 자회사 '딜리버리앤(N)'을 출범시켰다. 회사는 △주5일 근무 △연봉 최대 4560만원 △4대 보험 △전기 이륜차 지급 △유류비 지원 △헬멧·조끼·보호대 등 안전 장비 지급 등을 제시했다.웬만한 중견기업 신입 초봉에 준하는 연봉과 안정적인 근속을 제시하면서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출범 6개월을 넘긴 지금 당초 채용 목표 50여명 중 40명 정도만 채웠을 뿐 예상했던 선풍적인 인기에는 못 미친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신분으로 일할 때 누리는 '자율 근로'의 장점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규직을 '제약'으로 여기는 플랫폼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배달 라이더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한 배달라이더는 "정규직은 야간 배달을 뛰면 연장·야간근로가 돼버리고, 다른 업체 콜을 받으면 '겸직금지' 규정에 걸리는 등 제약이 많다"며 "자유롭게 일하다가 정시에 출퇴근하려면 답답한 마음도 크다"고 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직후인 8월엔 예상했던 것과 달랐는지 라이더들의 퇴사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정규직 직원의 경우 "집에서 쉬겠다"고 일방 통보한 후 별다른 설명 없이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아 인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호응이 크지 않자 배달의민족은 현재 정규직 확대 계획을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가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일자리를 선택한 1순위 이유로는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62.6%)였지만, △근로 시간·날짜 선택이 가능해서’(18.0%) △자율성·권한을 가질 수 있어서’(6.9%)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플랫폼 종사자들은 근로의 자율성에 큰 가치를 두는 추세다.
◆"플랫폼 산업에서 장기근속 원하지 않아"
제시된 연봉이나 근로조건이 낮은 탓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면 이륜차, 기름값, 보험료 등 부수비용을 회사가 제공하고, 자영업자 신분으로 뛸 때 감당해야 하는 월 80~90만원가량의 고정 지출이 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실소득액은 비슷하다는 게 배달 업체들의 설명이다.잠깐 거쳐간다고 생각하는 플랫폼 업무 자체의 특성상 안정적인 장기근속을 바라지 않는 특고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저성장 경제구조가 지속되면서 특정 직장에 대한 비전과 기대가 감소한 데다, 배달 업종 자체가 기본적으로 저소득 고위험 직업이기 때문에 정규직 형태로는 원하는 소득수준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배송·운전 플랫폼 종사자만 51만3000명이다. 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와 별도의 '산업 트렌드'로 봐도 될 정도다.
이처럼 자율적 근무 형태를 유지하면서 처우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배달라이더들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배달라이더 등 일부 특고들은 '처우는 정규직', '일하는 방식은 자영업자'를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는 추세"라며 "이런 요청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5차 근로복지증진 기본계획(2022~2026)' 아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종사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 종사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추진한다. 차별 받지 않을 권리, 건강권, 산업안전 등을 중심으로 법·제도적 기반 마련을 추진한다. 통계청도 특고 현황을 집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관계 통계분류인 '한국종사상지위분류'를 13년 만에 개정해 올해부터 시행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