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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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일본인이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도움으로 웹툰을 번역해 국내 권위 있는 번역상을 받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다.

8일 문학계 등에 따르면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2022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은 일본인 마쓰스에 유키코 씨는 국내 인기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를 사용했다.

마쓰스에 씨는 이날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10년 전에 이미 1년간 한국어를 배웠고 응모 당시에도 한국어 수업을 수강 중이었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번역상 응모 계기도 한국어 선생님이 웹툰 정도는 충분히 번역이 가능할 것 같다고 권유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회화 실력은 서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마쓰스에씨는 또 웹툰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통독한 뒤, 보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 파파고를 사전 대용으로 사용했다"며 "작품이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생소한 용어와 개념이 많아 논문자료 등을 후속 조사하며 용어와 맥락을 파악했다. 이후 작품 흐름에 맞춰 세부 수정을 추가해 번역을 완료했다. AI 초벌 번역이란 인식은 해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일을 토대로 신인상 공모 제도 개선과 함께 AI와의 협업 범위에 대해 정책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번역 신인상의 경우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 맞게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수상작은 관련한 확인 절차를 밟는 방향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작년 시상 기준으론 제도가 미비했기에 수상 철회 여부는 필요하면 논의하겠다"며 "AI 번역을 어디까지 수용할지가 이번 사례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