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이직하고 "성과급 2억 달라"는 직원…어찌할까요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억3000만원 성과급 두고 분쟁
회사 "경쟁사 이직했으니 성과급 없다"
임원 "강제근로 하라는 거냐"
법원 "성과급 지급 조건은 회사의 재량"
회사 "경쟁사 이직했으니 성과급 없다"
임원 "강제근로 하라는 거냐"
법원 "성과급 지급 조건은 회사의 재량"
성과급은 과거 회사가 이룬 성과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그런데 해당 직원이 지급 시점에 회사를 떠난 경우에는 성과급을 줘야 할까.
지급 시점에 회사에 없어도, 이미 수행한 노력의 대가라는 측면을 본다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성과급은 확정적 임금이 아니라고 본다면 지급 여부가 회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이 "경쟁사로 이직한 임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해 눈길을 끈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이같이 판단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2022나2028421).
B 신용카드회사는 A의 퇴직 이후인 2020년 8월 '평가보상위원회'를 개최해 임원들에게 2017년부터 2019년까지를 평가대상으로 하는 '장기성과 인센티브' 지급을 결정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분할 지급되는 장기성과급 제도는 임원들이 과도하게 단기성과를 추구하는 행위를 제어하기 위해 수년간 성과급을 나눠 지급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평가보상위는 "A가 퇴사했고 경쟁사로 이직했다"는 이유로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회사 성과급 지급 규정에는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 성과급의 지급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A는 반발했다. 성과 인센티브 평가기간 동안 임원으로 기여했으므로 지급 대상에 해당하며,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전직을 금지하고 '강제근로'를 강요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7조와 민법 103조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를 상대로 "2020년 지급분 2억3000만원을 내놓으라"며 성과보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의 주장을 일축했다. 먼저 성과급 지급에 대해서는 회사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장기성과급은 임원 개인의 실적보다는 회사 전체의 성과와 연동된 성과급이라는 점에서 다른 성과급에 비해 재량의 여지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성과급은 평가보상위의 지급 결의가 있기 전까지는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된 성과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는 장기성과급 지급 여부, 미지급 또는 감액 사유 등 지급조건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A가 퇴직일로부터 1년 이내에 경쟁사로 이직한 것이 지급제외 사유인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쟁사인 C사가 A가 퇴직한지 5개월만에 영입했다면, A는 B사에서 근무하면서 인적물적 네트워크나 마케팅 기법, 영업전략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사가 타사 임원출신들을 최근 대거 영입한 것도 이와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영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므로 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도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LG화학에서 퇴직한 근로자 A씨 등 2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4억원 규모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매년 경영성과급을 재직자에게 지급해 왔다. 회사와 노조는 2021년 2월 노사협의회를 열고 ‘2020년 경영성과급’ 400%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성과급 지급 전인 2020년 회사를 퇴직한 근로자 A씨 등은 “2020년까지 일했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경영성과급은 임금”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임금체불이 돼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임금은 근로의 대가인 반면, 경영성과급은 회사에 수익이 발생했을 때만 지급한다”며 임금과 성과급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회사에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임금성을 부정했다.
현재 대법원에서는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인지를 두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노사가 얽혀 치열한 퇴직금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최근 SK하이닉스 등도 성과급 820%지급을 결정하는 등 성과급 규모도 역대 유례없이 커져 있다. 관련한 소송이 언제 제기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만큼, 인사담당자들은 성과급의 지급 방식에서 소송의 여지가 없도록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지급 시점에 회사에 없어도, 이미 수행한 노력의 대가라는 측면을 본다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성과급은 확정적 임금이 아니라고 본다면 지급 여부가 회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이 "경쟁사로 이직한 임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해 눈길을 끈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이같이 판단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2022나2028421).
◆"경쟁사 이직했으니 성과급 없다"...2억3000만원 소송
시장점유율 2위인 B 신용카드사에서 최고위 임원으로 근무하던 A는 2020년 1월 B 회사에서 퇴직했다. 회사는 A와 1년간 경쟁사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보안계약서를 작성하고, 보상 조로 A를 1년짜리 자문역으로 위촉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C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A는 그해 6월 자문역을 그만두고 C사 마케팅 본부장으로 입사했다.B 신용카드회사는 A의 퇴직 이후인 2020년 8월 '평가보상위원회'를 개최해 임원들에게 2017년부터 2019년까지를 평가대상으로 하는 '장기성과 인센티브' 지급을 결정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분할 지급되는 장기성과급 제도는 임원들이 과도하게 단기성과를 추구하는 행위를 제어하기 위해 수년간 성과급을 나눠 지급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평가보상위는 "A가 퇴사했고 경쟁사로 이직했다"는 이유로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회사 성과급 지급 규정에는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 성과급의 지급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A는 반발했다. 성과 인센티브 평가기간 동안 임원으로 기여했으므로 지급 대상에 해당하며,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전직을 금지하고 '강제근로'를 강요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7조와 민법 103조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를 상대로 "2020년 지급분 2억3000만원을 내놓으라"며 성과보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의 주장을 일축했다. 먼저 성과급 지급에 대해서는 회사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장기성과급은 임원 개인의 실적보다는 회사 전체의 성과와 연동된 성과급이라는 점에서 다른 성과급에 비해 재량의 여지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성과급은 평가보상위의 지급 결의가 있기 전까지는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된 성과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는 장기성과급 지급 여부, 미지급 또는 감액 사유 등 지급조건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A가 퇴직일로부터 1년 이내에 경쟁사로 이직한 것이 지급제외 사유인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쟁사인 C사가 A가 퇴직한지 5개월만에 영입했다면, A는 B사에서 근무하면서 인적물적 네트워크나 마케팅 기법, 영업전략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사가 타사 임원출신들을 최근 대거 영입한 것도 이와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수백 퍼센트시대..."HR팀, 성과급 소송 대비해야"
이런 논쟁은 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수 있을지의 논쟁과도 연결된다. 임금이라면 회사에 재직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늦게라도 받아야 할 돈이므로, 이를 주지 않는 것은 '임금 체불'에 가깝기 때문이다.한편 '경영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므로 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도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LG화학에서 퇴직한 근로자 A씨 등 2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4억원 규모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매년 경영성과급을 재직자에게 지급해 왔다. 회사와 노조는 2021년 2월 노사협의회를 열고 ‘2020년 경영성과급’ 400%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성과급 지급 전인 2020년 회사를 퇴직한 근로자 A씨 등은 “2020년까지 일했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경영성과급은 임금”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임금체불이 돼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임금은 근로의 대가인 반면, 경영성과급은 회사에 수익이 발생했을 때만 지급한다”며 임금과 성과급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회사에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임금성을 부정했다.
현재 대법원에서는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인지를 두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노사가 얽혀 치열한 퇴직금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최근 SK하이닉스 등도 성과급 820%지급을 결정하는 등 성과급 규모도 역대 유례없이 커져 있다. 관련한 소송이 언제 제기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만큼, 인사담당자들은 성과급의 지급 방식에서 소송의 여지가 없도록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