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헬기 60% 차지 '즉시 전력감'…지자체 "예산 부족 확보 어려워"
"국비 지원 늘려 임차헬기 시장 활성화→초진 주력 헬기로 육성해야"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면 초기 진화가 가장 중요하다.

[동해안산불 1년] ⑥ '골든타임 30분' 초진이 관건…임차 헬기 확보전(끝)
첫 신고부터 현장 도착 후 물 투하까지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은 '임차 헬기 30분, 산림청 헬기 50분'이다.

그만큼 산불 현장 가장 가까이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지자체 임차 헬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산불 초기 진화의 핵심 장비로 떠 오른 임차 헬기를 확보하려는 전국 지자체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국비 지원을 대폭 확대해 지자체마다 기후와 지형에 맞는 임차 헬기를 충분히 확보하게 함으로써 산불 초기 진화 주력 헬기로 육성하자는 대응 전략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해안산불 1년] ⑥ '골든타임 30분' 초진이 관건…임차 헬기 확보전(끝)
◇ 산림청 신규 헬기 1대 도입 3∼4년씩 소요…'즉시 전력감' 임차 헬기 선호
최근 임차 헬기의 초기 진화 성패에 따라 산불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24일 낮 12시 32분 경북 김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32분 만에, 같은 날 오후 1시 14분께 경북 울진군에서 난 산불은 56분 만에 진화됐다.

제때 투입된 각 지자체 임차 헬기가 초기 진화에 성공하면서 큰 피해를 막았다.

26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산불 진화에 동원 가능한 헬기는 산림청 48대, 지자체 73대, 소방 33대, 군부대 30대, 경찰 10대, 국립공원 1대 등 모두 195대다.

이는 말 그대로 최대 동원 가능한 헬기 대수다.

사실상 산불 진화는 산림청과 임차 헬기 등 121대가 주력이다.

지자체 임차 헬기의 비중은 60.3%에 달한다.

26년 전인 1997년 14대에 불과했던 지자체 임차 헬기는 산불이 대형화하고 사회적 비용도 막대해지면서 2018년 65대로 급증했다.

지난해 3월 동해안 대산불을 겪고 난 직후 가을철에는 74대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경북 18대, 경기 17대, 강원 9대, 전남 8대, 경남 7대, 대전·충남·전북 각 3대, 충북·부산 각 2대, 울산 1대 등 73대가 배치됐다.

추가로 3대가 임차 계약 진행 중이어서 올봄에는 총 76대에 이를 전망이다.

부산시는 올해 처음으로 임차 헬기 2대를 도입·배치했고, 삼척시는 도에서 일괄 계약한 1대 이외에 자체 시비 예산을 투입해 1대를 별도로 임차할 계획이다.

통상 산림청 헬기 신규 도입 시 대형은 250억∼300억원에 3년이, 초대형 헬기는 550억원에 4년이 소요된다.

이를 고려하면 임차 헬기는 산불 진화의 즉시 전력감인 셈이다.

지자체마다 임차 헬기 확보에 혈안이 되는 이유다.

[동해안산불 1년] ⑥ '골든타임 30분' 초진이 관건…임차 헬기 확보전(끝)
◇ "크면 클수록 좋아"…40년 이상 노후 기령이라도 우선 확보하고 봐야
전국 지자체가 각축전을 벌이는 기종은 대부분 중·대형이다.

크면 클수록 많은 양의 물을 담았다가 뿌려 초기 진화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40년 이상 오래된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이라도 중·대형 헬기는 우선 확보하고 보자는 '묻지 마' 계약이 벌어지는 이유다.

확보전에서 밀린 지자체는 임차 헬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불안한 산불 조심 기간을 맞기도 한다.

강원도는 지난해 11월 5명이 사망한 양양 현북면 임차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2∼3개 시군 권역별 계약을 도에서 직접 챙기는 방식으로 변경, 발 빠르게 나섰지만 정작 대형 헬기는 올해 단 1대도 확보하지 못했다.

전북도의 임차 헬기 예산은 지난해 22억1천만원에서 올해 22억9천만원으로 늘었으나, 확보한 헬기의 총 담수 용량은 8천300L(리터)에서 오히려 6천400L로 줄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확보한 예산이 다르기 때문에 헬기 종류와 임차 기간도 달라진다"며 "공급 물량이 수요보다 적다 보니 40년 이상 오래된 헬기라도 임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동해안산불 1년] ⑥ '골든타임 30분' 초진이 관건…임차 헬기 확보전(끝)
◇ "임차 헬기 전술 훈련 강화해야…산불 계도 임무는 드론이"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임차 헬기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전국 지자체에 국비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차 헬기의 중요성을 인식한 산림청도 국비 91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하기 위한 예산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지형과 기후에 맞는 헬기 기종을 선택해 산불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비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양질의 헬기가 전진 배치돼야 효과적인 산불 초동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 임차 헬기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 산불 진화 전술 훈련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차 헬기는 산불 진화뿐만 아니라 예방감시 차원의 계도 비행 임무도 수행하는데, 계도 비행 비중을 낮추는 대신 공중 진화 전술 훈련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임차 헬기의 산불 계도 비행 공백은 산불 드론에 맡긴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드론의 활동 영역이 산불 감시, 피해 조사, 야간 산불 관측뿐만 아니라 계도 비행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드론이 산불 분야의 한 축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동해안산불 1년] ⑥ '골든타임 30분' 초진이 관건…임차 헬기 확보전(끝)
한서대 교수를 역임한 배택훈 한국산불학회 부회장은 "초대형 헬기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임차 헬기의 진화 전술 훈련만으로도 효율적인 초기 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활한 운용을 위해 계류장 확보와 산림청의 연료 보급 지원, 긴급 항공기 지정 등을 통해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면 초기 진화 성공률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승현 나보배 박세진 김준호 최재훈 허광무 김용민 민영규 이재현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