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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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회생 신청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다. 경기침체가 이어질 경우 기업은 물론 개인도 한계에 내몰리면서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 개인회생 신청은 9216건이 접수됐다. 전년 1월(7021건)에 비해 31.3%가량 늘어났다. 반면 개인파산 신청은 2796건으로 전년 1월(3295건)에 비해 약 15.1% 줄어들었다.

개인회생은 소득과 상환의지가 있는 채무자가 신청한다. 법원은 채무자가 낸 변제계획과 자격 요건 등을 검토해 개인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이들은 개인파산을 신청한다. 이 경우 법원은 자산에 대한 경매를 통해 채권자들에게 돈을 나눠주게 된다. 빚을 갚을 여력이 있는 개인회생 신청자가 늘어난 대신 개인파산이 줄어든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위험한 징후”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법원에선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대출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개인파산 길은 막혀있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전대규 변호사는 “최근에는 신용카드 발급도 어려울 정도로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졌다”며 “신용 대신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 개인파산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가 신용대출이 힘든 경우 부동산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이렇게 받은 대출을 갚기 어려워지면 파산 대신 회생을 신청하게 되는 것이다. 채무자는 저신용자일뿐더러 최근에는 담보가 된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하는 상황이다. 법원에서 파산 대신 회생이 결정되면 채권자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전 변호사는 “가용소득이 적은 사람은 수천만 원 빚이 있더라도 매월 1000원, 2000원을 변제하겠다는 변제계획을 낸다”며 “채권자 입장에선 오히려 화나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올해 코로나19 대출 원리금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이 사라질 경우 소상공인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해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도별 통계를 봐도 이런 흐름이 포착된다. 지난해에는 개인파산은 4만1462건, 개인회생은 8만9965건이 신청됐다. 개인파산의 경우 2021년 4만9063건에 비해 18.3% 줄어들었지만, 개인회생 신청은 8만1030건에서 11.0% 늘어났다. 개인파산 건수는 2020년 5만379건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왔다.

개인파산‧회생 신청 건수는 5년째 13만명을 웃돌고 있다. 2017년 개인파산‧회생 건수는 12만5838건이었는데 이듬해 13만5989건으로 늘어났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2020년 13만6932건을 기록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