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큐멘터리 최초 넷플릭스 시청 1위
사이비 종교 현실 전해
조성현 PD는 6일 한경닷컴에 "어릴 때부터 제 주변에도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 된 후 저에겐 숙제 같던 아이템이었다"며 "사이비 종교의 문제들을 지켜보다가 기획안을 넷플릭스에 제안하면서 제작이 이뤄졌다"고 지난 2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지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8부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자신을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냉철하고 면밀한 시선으로 살피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1회 첫 장면부터 JMS의 정명석 총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고소한 홍콩 출신의 메이플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그는 피해 상황이 그대로 담긴 녹취록을 공개해 충격을 안겼다. 더불어 JMS에서 성 착취를 당한 여성들의 생생한 피해 사례도 전했다.
조 PD는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사실을 알고 있지만, 중요한 건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점"이라며 "저희 역시 취재 과정에서 내용을 듣고 있기 힘든 수준이었고, 너무 충격적인 얘기들이라 힘들었다. 그런데도 사실을 전해야 했고,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로 10분의 1수준으로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작하자마자 공개된 1분여의 녹취록에 대해서 "'역겹다', '힘들다'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가장 처음 1분은 그 종교단체 분들이 본다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궁금하니 틀어는 보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렇다면 딱 1분 동안 무엇을 보여줘야 믿음이 흔들리고, '메시아가 맞나' 물음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던 교주의 성적인 접촉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기 전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개인정보가 수시로 유출된 부분은 제작진에게도 소름이 끼치는 경험으로 기억했다. 취재 과정에서 메이플을 소개받고, 그가 홍콩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비행기표를 3번이나 교체했지만, JMS 신도들이 출국장 앞에 나와 있었다. 또한 "메이플과 사전 인터뷰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정명석 총재의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시 변론에 반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조 PD는 "저희 내부에 신도가 있나 싶어서 역정보도 흘렸지만, 결국 찾진 못했다"며 "그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인터뷰 시간이 공개돼 그 시간에 맞춰 전화나 메시지가 오는 일들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고 말했다.
메이플의 충격적인 고백 외에 아가동산에서 맞아 숨진 최낙귀 어린이의 부모를 포함해 만민중앙교회와 오대양의 만행을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하면서 다큐멘터리 최초로 국내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1위(플릭스 패트롤 집계 기준)에 올랐다.
조 PD는 '나는 신이다'에서 소개된 4개의 사이비 종교에 대해 "반사회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극도로 훼손한 사건과 종교를 중심으로 했다"며 "그중에서 피해자들이 피해 사례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는 곳들 중심으로 접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아가동산' 사건에도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최낙귀 군의 어머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 나온 분들은 세뇌당하고도 문제를 인지하고 과거를 단절한 무척 용감하고 힘있는 분들"이라고 존경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 편집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싶다"며 "욕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시즌2에 대한 계획도 전했다. 조 PD는 "사실 이 프로그램이 공개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즌2는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나는 신이다'를 보고 사이비 종교를 탈퇴했다는 분들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며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없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사이비 종교는 일상적인 기쁨을 부정적이고 죄인 것 처럼 느끼게 하면서 가스라이팅을 한다"며 "누군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그런 식이라면 빨리 깨닫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