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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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라도 '여성용'일 경우 더 높은 가격을 매기는 '핑크택스(pink tax)'를 두고 갑론을박이 빚어졌다. 특히 남녀 커트 가격이 다른 미용실을 중심으로 일부 시민들이 반발하는 동향이 포착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여성의 커트 1회 평균 가격은 2만1308원, 남성은 1만1692원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커트를 할 경우 남성보다 약 1.82배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20대 여성 정 모 씨는 "똑같이 커트인데, 여자라고 왜 가격을 비싸게 받는지 늘 의문이었다"며 "저는 '숏컷'인데도, 남자보다 적게는 5000원에서 1만원은 더 내는 것 같다. 저보다 머리카락이 긴 장발 남자들보다도 비싼 돈을 낸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이 축적되면서 아예 '핑크택스가 없는' 미용실, 즉 남성과 여성의 커트 등 서비스 가격이 동일한 미용실 리스트를 정리해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등장했다. 해당 계정에 네티즌들은 업체 이름과 함께 "남자 원장, 샴푸비 5000원 추가 요구했다", "여자 커트 비용이 5000원 더 비쌌다" 등의 제보를 남겼다.
사진=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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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미용실 측에 남녀 커트 비용의 차이를 따진 네티즌들의 후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미용실 측으로부터 "남자와 여자는 두상이 다르기 때문", "모질이 다르다", "여자는 디자인이 들어간다", "남자는 머리카락 자르러 자주 오니까 싸게 받는다", "여성이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미용사의 입장은 어떨까. 경기도 양주에서 9년 차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박 모 씨는 "요즘은 숏컷인 여성분들도 많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 고객은 어깨 밑으로 머리카락이 내려오는 분들이 다수"라며 "머리카락이 길수록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머리카락을 말리는 데 드는 시간도 훨씬 더 길다"고 말했다.

'요즘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남성도 많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긴 하지만, 머리카락 기장을 재고 그에 따라 일일이 가격을 다르게 받는 건 오히려 숍 입장에서 피곤한 일"이라면서 "장발 남자 고객이 머리가 아무리 길더라도 결국 단발 여자 고객과 머리카락 길이가 비슷한데, 미용실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시간은 두 배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남성과 여성' 기준만 두는 게 미용실 입장에서 운영에 효율적이라는 취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용실에서 핑크택스를 문제 삼는 분들은 '숏컷인데 가격이 왜 다르냐'고 주장하는데, 미용사 입장에서는 '숏컷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의 내용이 다르고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며 "미용사가 여자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더 힘들어서 돈을 더 받는 건데, 이를 두고 핑크택스를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트레이닝복은 남자 제품이 길이도 길고, 품도 넓다. 그런데도 여자 제품이라는 이유로만 가격이 비싸진다면 이 경우 핑크택스를 주장하는 게 타당할 수 있겠다"고 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속옷에 붙는 '관세율'을 두고 핑크택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 속옷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5.5%로 남성 속옷 11.5%에 비해 높다.

전 미국 무역 담당자이자 현재 진보정책연구소(Progressive Policy Institute)의 무역 글로벌 담당자인 에드 그래서 이사는 "현재 여성용 속옷에 약 1.10달러, 남성용 속옷에 약 0.75달러의 관세가 추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성들이 남성보다 35%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CNN은 "핑크택스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예시"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제조 업체들이 사치품이 아닌 대중을 위한 값싼 속옷을 만드는 해외 경쟁 업체들에 대해 위협을 느껴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