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만 40번' 전신화상 극복 이지선 교수, 가해자에 건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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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날 찾아오면 '용서했다'고 전해주세요."
꽃다운 스물세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중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수술을 이겨 낸 이지선 씨(46)가 가해자에게 전한 말이다.
모교인 이화여대의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된 이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사고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솔직하게 밝혔다.
앞서 2000년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교수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의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신호 대기 중 제일 뒤에 서 있던 저희 차를 들이받았고, 다른 여섯 대의 차량과 부딪치다가 불이 나기 시작했다"며 "불이 제 몸에 먼저 붙었고, 오빠도 저를 꺼내면서 화상을 입었고, 오빠가 티셔츠를 벗어 제 몸에 붙은 불을 꺼줬다. 그렇게 응급실로 갔다"고 밝혔다.
사고 후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 40번이 넘는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으며 엄청난 통증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상치료 하는 다른 환자들의 소리를 듣고)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고통의 시간 속에서 인내해야 했던 이지선 씨는 가해자에 뭐라고 했을까. 그는 "사고가 난 후 중환자실에서 아버지에게 사고에 관해 설명을 듣고, 가해 차량 운전자가 혹시 자신을 찾아오면 '용서했다'고 전해달라고 아버지께 부탁했다"고 말했다.
다만 가해자는 끝내 이 교수를 찾아오거나 사과를 건네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보통은 합의해달라고 찾아온다는데 아무도 안 온다(고 하시더라)"며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감정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지 않나. 그것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한 신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가해자가 찾아오지 않은 데에 "제가 살아남는 것에 집중할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법에 따라 처벌을 받으신 것 같고, (이후에도) 사과하러 오지는 않으셨다. 저도 뉴스에 나온 대로 성씨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교수는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누군가(가해자)를 봤다면 정말 잊을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잊고 살았다"며 "이런 질문 받을 때 '아 맞아, 그래, 가해자가 있었지' 이런 느낌으로, 제가 살아남는 것에 집중할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달 24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오는 3월 1일(신학기)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하게 됐다"며 "스물셋에 사고를 만나고 떠나게 된 이화에 23년 만에 교수로 돌아왔다. 모교에서 가르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꽃다운 스물세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중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수술을 이겨 낸 이지선 씨(46)가 가해자에게 전한 말이다.
모교인 이화여대의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된 이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사고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솔직하게 밝혔다.
앞서 2000년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교수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의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신호 대기 중 제일 뒤에 서 있던 저희 차를 들이받았고, 다른 여섯 대의 차량과 부딪치다가 불이 나기 시작했다"며 "불이 제 몸에 먼저 붙었고, 오빠도 저를 꺼내면서 화상을 입었고, 오빠가 티셔츠를 벗어 제 몸에 붙은 불을 꺼줬다. 그렇게 응급실로 갔다"고 밝혔다.
사고 후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 40번이 넘는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으며 엄청난 통증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상치료 하는 다른 환자들의 소리를 듣고)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고통의 시간 속에서 인내해야 했던 이지선 씨는 가해자에 뭐라고 했을까. 그는 "사고가 난 후 중환자실에서 아버지에게 사고에 관해 설명을 듣고, 가해 차량 운전자가 혹시 자신을 찾아오면 '용서했다'고 전해달라고 아버지께 부탁했다"고 말했다.
다만 가해자는 끝내 이 교수를 찾아오거나 사과를 건네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보통은 합의해달라고 찾아온다는데 아무도 안 온다(고 하시더라)"며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감정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지 않나. 그것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한 신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가해자가 찾아오지 않은 데에 "제가 살아남는 것에 집중할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법에 따라 처벌을 받으신 것 같고, (이후에도) 사과하러 오지는 않으셨다. 저도 뉴스에 나온 대로 성씨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교수는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누군가(가해자)를 봤다면 정말 잊을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잊고 살았다"며 "이런 질문 받을 때 '아 맞아, 그래, 가해자가 있었지' 이런 느낌으로, 제가 살아남는 것에 집중할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달 24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오는 3월 1일(신학기)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하게 됐다"며 "스물셋에 사고를 만나고 떠나게 된 이화에 23년 만에 교수로 돌아왔다. 모교에서 가르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