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룡 노총' 무더기 이탈…MZ노조 첫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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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주축 올바른노조 허재영
조합원수 과반 노총 단일후보에
10%P 넘는 差로 꺾으며 '대이변'
양대노총에 등 돌린 조합원
명분없는 파업중심 투쟁에 반기
기성노조 변화 요구 목소리 커져
교섭권 획득 나선 MZ노조 늘며
양대노총 입지 갈수록 좁아질듯
조합원수 과반 노총 단일후보에
10%P 넘는 差로 꺾으며 '대이변'
양대노총에 등 돌린 조합원
명분없는 파업중심 투쟁에 반기
기성노조 변화 요구 목소리 커져
교섭권 획득 나선 MZ노조 늘며
양대노총 입지 갈수록 좁아질듯
![[단독] '공룡 노총' 무더기 이탈…MZ노조 첫 승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AA.33131193.1.jpg)
양대노총 이탈표로 MZ노조 깜짝 당선
1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영업본부 내 산업안전위원회 근로자대표를 비노총 출신이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조합원의 과반을 차지한 민주노총 출신이 당연직처럼 맡아왔던 자리다. 과반을 넘으면 투표를 하지 않고 당연직으로 근로자대표를 맡을 수 있다.산안위는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안전·보건 분야 의결기구다. 대표는 회사와의 협상을 담당할 위원을 본인 외에 세 명 더 뽑을 수 있다.
변화의 조짐은 MZ세대 중심의 올바른노조가 2021년 8월 출범한 후 생겼다. 조합원 이탈로 민주노총의 과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안위 선거는 민주노총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영업본부 내 조합원 구성 비율에서 민주노총이 43%로 압도적 1위이기 때문이다. 올바른노조는 31%, 한국노총은 10%다.
양대노총은 더 확실한 승리를 원했다. 이례적으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힘을 합쳐 단일 후보를 낸 것이다. MZ노조의 기세에 조합원 수 1위와 3위가 2위(올바른노조)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투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올바른노조 소속 허재영 후보가 얻은 1899표(55.19%)는 영업본부 내 올바른노조 조합원 수 1200여 명보다 약 700표가 더 많았다. 양대노총 조합원의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교섭권 놓고 한판 대결 불가피할 듯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선 올바른노조의 ‘공정성’과 ‘탈정치’에 동의하는 기성노조 조합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명분 없는 파업 중심의 투쟁 방식에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올바른노조 출범 전후로 양대노조 조합원 수가 수천여 명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며 “공사 내부에서도 기존 노조의 활동에 대해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올바른노조는 서울교통공사 내 다른 본부 근로자대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공사에는 영업본부 외에 차량본부, 승무본부, 기술본부 등 네 곳에서 산업보건안전위원회 노동자대표를 뽑는다. 이 중 기술본부 등에서 민주노총의 과반이 깨져 근로자대표를 다시 뽑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사 내 전체 조합원은 여전히 민주노총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공사노조가 59%(1만100여 명),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 15%(2600여 명), MZ세대 중심인 올바른노조 12%(2000여 명) 순이다. 공사 관계자는 “영업본부에서 분 MZ노조 바람이 사내 전체로 퍼질 수 있다”며 “기술본부 선거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회사와 임금·복지 등을 협상하는 교섭권 획득에 나서는 MZ노조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 회사 안에 여러 개 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권은 한 개 노조만 갖게 된다. 송 위원장은 “근로자대표 선출에 이어 교섭권도 일부 MZ노조가 담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김우섭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