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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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혼부부가 휴대폰 저장 호칭 문제로 다퉜다. 남편 A씨는 아내 B씨의 휴대전화에 자신의 어머니 호칭이 '시어머니'로 저장된 것을 우연히 보고 이를 문제 삼았다.

A씨는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못 하는 B씨에게 "시어머니가 아니라 시어머님이 맞지. 그게 예의고. 내가 만약 장모님을 장모라고 저장해놨어도 기분 안 나쁠 것 같아?"라고 따져 물었다.

B씨는 "어떻게 시어머니랑 그냥 장모가 같은 거냐"면서 "어머니 자체가 높여부른 말이다. 장모는 반말이지 않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A씨의 입장은 단호했다 '시어머니=장모'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생각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던 이들의 냉전은 사흘간 이어졌고 B씨는 "그렇게 기분 나쁘다면 우리 엄마도 장모로 저장해라"라고 쏘아붙였다.

이 사연에 한 네티즌은 "장모와 똑같이 하려면 시모로 저장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해결책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필자 주위 유부남 유부녀들은 각자 배우자의 어머니를 어떤 이름으로 저장했는까.

며느리 C씨는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한지 하도 오래라 기억이 나지 않아 찾아봤다. 그냥 '어머니'로 저장돼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며느리 D씨 또한 '어머니'라고 답했다. 대부분 시어머니는 '어머니'로 친정엄마는 '엄마'로 저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위 E 씨 역시 "장모를 '어머니'라고 저장했다"고 답했다. 그럼 본가 어머니와 헷갈리지 않느냐고 묻자 그 역시 '엄마'라고 저장했다고 답했다. 그는 "아내가 만약 사례와 같이 '시어머니'라고 저장한 걸 본다면 우리 엄마와 거리를 두려는건가 싶어 서운했을 수는 있지만 싸울 일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흔히들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높임말이고 장인 장모는 높임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시아버지는 남편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며 장인은 아내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다.

시어머니 역시 남편의 어머니를 이르는 말이고 장모는 아내의 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장인, 장모 모두 높임말이 아니라 단순히 배우자의 부모를 지칭하는 호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아내의 부모를 면전에 두고 장인, 장모라고 부르지 않고 아내도 남편의 부모를 시아버지, 시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보통은 장인어른, 장모님,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기 마련이다.

여기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아내의 부모님을 높이는 호칭이다. 아버님 어머님도 님이 붙으면서 높이는 호칭이 된다. 즉 장인어른, 장모님, 아버님, 어머님은 모두 다 공평하게 쌍방 높임이다.

물론 어감의 문제는 존재한다.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부모님을 부르는 듯한 어감이지만 장인, 장모는 높이지 않는 것 같아서 여자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 부모님을 시부, 시모라고 부르면 마찬가지로 언짢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최고의 선택은 양가 부모님을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40대 직장인 F씨는 "신혼부부니까 저렇게 사소한 문제로 싸우는 것이다. 살다 보면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저런 일 가지고 싸우나"라면서 "평소 어른들을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휴대폰 저장 이름이 무슨 대수겠나. 서로 신경전 피우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현명하게 협상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