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 안심거래라더니…" 중고 명품백 사려다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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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이트 피해 속출
네이버와 똑같이 생긴 가짜사이트에
피해자들 "사기라곤 생각도 못해"
확인된 피해규모만 5000만원 넘어
네이버와 똑같이 생긴 가짜사이트에
피해자들 "사기라곤 생각도 못해"
확인된 피해규모만 5000만원 넘어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구매자가 물건을 배송받아야 돈이 지급되는 네이버 안전 결제 사이트를 허위로 만들어 돈을 가로채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 휴대폰 번호 등도 노출돼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범이 보낸 사이트 화면과 네이버페이 안전결제 사이트가 외관 상 비슷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보냈다”고 했다. 안전결제 거래란 판매자에게 직접 입금하는 게 아니라 거래 중개 사이트에 입금하는 방식이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물건을 받아 거래를 확정한 뒤 돈을 받을 수 있다.
중고나라에서 명품 가방을 구매하려다 돈을 떼인 강모 씨(33)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그는 지난 12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르매르 가방을 58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A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곧바로 “거래가 가능하다”며 “안전결제를 이용하자”고 강씨를 안심시켰다.
이후 과정은 정상적인 네이버페이의 안전결제 방식과 조금 달랐다. 통상 안전결제는 판매 게시글에서 ‘구매하기’를 누르면 가상 계좌가 나온다. 입금주는 네이버페이다. 하지만 A씨는 온라인 주소를 따로 따로 보냈다. 해당 주소는 네이버페이 안전결제 화면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짜 사이트였다.
강씨는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사기를 당하고 있단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돈을 받자마자 A씨는 태도를 바꿨다. “수수료가 들어오지 않아 물건을 보낼 수 없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이후 강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A씨는 잠적했다.
A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은 사실을 증명해야 입장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엔 19일 현재 51명이 모여있다. 피해자들은 대개 가방과 카메라, 공기청정기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자 A씨에게 연락했다 피해를 봤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사기를 당한 이들의 총 피해 금액은 5000만원이 넘는다.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금액 규모가 크지 않아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피해자들은 결제과정에서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했기 때문에 2차 피해까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서울과 경기 동탄, 충남 논산, 경북 경산 등 전국에서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은 관련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첩해 수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영장 발부도 긴 시간이 걸린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접수한 뒤 영장을 발부받고 은행에 공문을 보내는 데만 1~2주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A씨의 입금 계좌를 알고 있더라도 거래를 막을 길이 없다. 실제 A씨는 중고나라는 물론 지역 맘카페에서도 중고 물품을 판매한다며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고 거래 사기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 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2020년 12만3168건에서 2021년 8만4107건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피해 금액은 897억5400만원에서 3606억100만원으로 네 배 넘게 증가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네이버 결제화면 본따 가짜 결제사이트 만들어
19일 서울 서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네이버의 중고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50건 이상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중고 거래 과정에서 사기범이 보낸 온라인 주소에 접속, 화면에 표시된 계좌로 돈을 입금했지만 물건을 받지 못했다.경찰 관계자는 “사기범이 보낸 사이트 화면과 네이버페이 안전결제 사이트가 외관 상 비슷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보냈다”고 했다. 안전결제 거래란 판매자에게 직접 입금하는 게 아니라 거래 중개 사이트에 입금하는 방식이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물건을 받아 거래를 확정한 뒤 돈을 받을 수 있다.
중고나라에서 명품 가방을 구매하려다 돈을 떼인 강모 씨(33)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그는 지난 12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르매르 가방을 58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A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곧바로 “거래가 가능하다”며 “안전결제를 이용하자”고 강씨를 안심시켰다.
이후 과정은 정상적인 네이버페이의 안전결제 방식과 조금 달랐다. 통상 안전결제는 판매 게시글에서 ‘구매하기’를 누르면 가상 계좌가 나온다. 입금주는 네이버페이다. 하지만 A씨는 온라인 주소를 따로 따로 보냈다. 해당 주소는 네이버페이 안전결제 화면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짜 사이트였다.
강씨는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사기를 당하고 있단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돈을 받자마자 A씨는 태도를 바꿨다. “수수료가 들어오지 않아 물건을 보낼 수 없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이후 강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A씨는 잠적했다.
피해 규모 5000만원 넘어…2차피해 우려도
강 씨와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최근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안내받은 계좌번호와 입금주가 동일한 것으로 미뤄볼 때 한 인물이 계획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A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은 사실을 증명해야 입장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엔 19일 현재 51명이 모여있다. 피해자들은 대개 가방과 카메라, 공기청정기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자 A씨에게 연락했다 피해를 봤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사기를 당한 이들의 총 피해 금액은 5000만원이 넘는다.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금액 규모가 크지 않아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피해자들은 결제과정에서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했기 때문에 2차 피해까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서울과 경기 동탄, 충남 논산, 경북 경산 등 전국에서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은 관련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첩해 수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 지급정지에만 일주일 넘게 걸려
피해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사기범이 붙잡히기 전까진 추가 범행을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A씨에게 송금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은행을 찾아갔지만 계좌 지급정지나 반환 신청은 경찰의 영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안내만 받고 발길을 돌려야했다.경찰의 영장 발부도 긴 시간이 걸린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접수한 뒤 영장을 발부받고 은행에 공문을 보내는 데만 1~2주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A씨의 입금 계좌를 알고 있더라도 거래를 막을 길이 없다. 실제 A씨는 중고나라는 물론 지역 맘카페에서도 중고 물품을 판매한다며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고 거래 사기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 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2020년 12만3168건에서 2021년 8만4107건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피해 금액은 897억5400만원에서 3606억100만원으로 네 배 넘게 증가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