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못 피우게 했다고 커피잔 던진 손님? 현실은…" 호소 [1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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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서 '갑질' 논란에 잇따라 피해 호소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관련 실랑이도
"처벌 성립 가능해 적극적 대응 필요"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관련 실랑이도
"처벌 성립 가능해 적극적 대응 필요"
"담배 못 피게 했다고 커피잔 던지고 행패 부리는 거요? 더 한 것도 많은걸요. 웬만하면 더 큰 문제 안 만들고 싶어서 피하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2년째 근무 중인 이모 씨(27·여)는 "평일 마감 시간대에 일하면 다양한 갑질 손님을 마주하는데, 얼마 전 뉴스에 나온 갑질 사건을 공감하면서도 '나도 신고할 걸 그랬나'하고 후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며칠 전에는 한 손님이 '음료가 원하는 맛이 아니다'라고 하더니, 다 마신 컵을 픽업 대에 휙 던지며 환불을 요구하고 내 이름도 물어봤다"며 "밤 시간대에는 술 마신 손님이 들어와 손을 잡고 '한잔하러 가자'고 해서 거절했더니 욕을 하며 나가신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카페 앞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제지한 카페 종업원에게 행패를 부려 중년 남성 2명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가운데, 몇몇 자영업자들과 점원 등 관련 종사자들은 "더 한 것도 많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넘긴 경우가 많다"고 호소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인천의 한 카페 업주는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업원이)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고객들에게 밖에서 흡연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커피를 붓거나 커피잔을 던지는 행패를 부리고는 '잘 치워봐, 신고해봐'라고 조롱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업주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중년 남성 2명이 '금연 구역' 스티커가 붙어 있는 카페테라스에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카페 직원의 제지를 받고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 중 1명은 먼저 테이블 위에 커피를 부은 뒤 카페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고, 나머지 1명은 커피가 가득 담긴 잔을 가게 밖 인도를 향해 던지기도 했다.
남성들의 행동에 당황한 종업원이 두손을 모은 채 바라보다가 뒷걸음치며 현장을 피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도 온라인상에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런 일 자주 있다", "알려지지 않은 현실이 많다", "더한 갑질도 많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며 공감했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거나 현재 근무 중인 MZ(밀레니얼+Z)세대 아르바이트생 16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2%가 손님에게 갑질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명 중 8명이 갑질을 경험한 셈이다.
갑질 손님 사례 중 겪어본 유형으로는 "야 알바", "이거 줘" 등 '반말형'이 56.7%로 가장 많았다. "왜 여기만 안 되느냐"며 매뉴얼을 무시하는 '막무가내형'이 48.3%로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갑질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에는 '매뉴얼만 반복하는 앵무새형'이 41.5%로 가장 많았고, '일단 손님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사과형'(34.6%), '참고 보는 참을 인(忍)형'(24.9%) 등이 뒤를 이었다. 기자와 만난 카페 관계자들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최근 손님이 대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으로 발생하는 손님과의 실랑이'를 꼽았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카페·식당 등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시행하면서 1년 동안의 계도기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에서 종이컵, 플라스틱컵 등의 사용하는 건 엄밀하게 따지면 불법이다. 하지만 점원과 대화를 나누는 잠깐 사이에도 "왜 여기만 안되냐"는 메뉴얼을 무시하는 이른바 '진상' 손님들도 포착됐다.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는 점원을 비하하는 '막말'이 뒤따랐다.
서울 선릉역 인근의 한 개인 카페 업주 박모 씨(39)는 "'조금만 마시고 나갈 건데 일회용 컵에 주시면 안 되냐'는 말이 하루 중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라며 "안 된다고 하면 버럭버럭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결국 원하는 대로 해줄 때가 많아서, 계도기간이 끝난 내년부터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손님에게 갑질을 당해도 이른바 '역 갑질'로 온라인상에 '후기 테러'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이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장모 씨(22)는 "손님이 잘못하는 상황에서도 반박하거나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억울하게 SNS에 후기가 올라갈 때가 있다"며 "사장님도 그걸 아셔서 알바생들에게 손님과 실랑이가 있으면 웬만하면 '죄송하다'고 하고 끝내라고 하셨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점원이나 자영업자들이 손님으로부터 당한 갑질은 폭언이나 모욕죄, 폭행죄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매장 내 CCTV, 목격한 손님들의 증언 등을 잘 모아서 번거롭더라도 신고를 취하는 것이 좋다"며 "이러한 일들이 시작될 것 같으면 휴대전화 녹음이나 동영상 녹화를 꼭 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홍명 법률사무소 화온 변호사도 "가해 손님이 점원에게 위험한 물건을 근처에 던져서 위협을 가하기만 해도 '특수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직접적으로 신체를 접촉하지 않고, 던진 물건 등을 맞지 않아도, 가해를 한 듯한 포즈를 취하기만 해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갑질로 인한 위력, 위계 행위는 업주에겐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알아보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 점원과 업주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