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재판부는 불공정거래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임직원들의 범행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도 강하게 물었다. 이 회장의 공백 소식에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에코프로그룹주는 동반 하락했다.

○계약 공시 전 주식거래해 11억원 차익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1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집행유예 5년(징역 3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법정 구속을 결정했다. 함께 기소됐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전·현직 임직원 5명은 1심과 똑같은 징역 1년~1년6개월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과 잇달아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에 해당 내용을 공시하기 전 차명 증권계좌로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거래해 11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양극재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용량과 전압 등 배터리 성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연이은 대형 수주에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 3년여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2020년 1월 2일 주당 5만3000원이던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6월 24일 49만7400원까지 뛰었다.

거침없는 주가 상승 속에 이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지자 2021년 하반기 금융위원회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금융위와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 회장 등의 범행 정황을 확인하고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으로 사건을 수사했다. 패스트트랙은 혐의가 어느 정도 밝혀졌거나 신속한 조사가 필요할 때 금융당국이 검찰과 협력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해 5월 이 회장 등 에코프로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해 “미공개 정보 이용 횟수와 이익 범행 과정을 고려하면 다른 피고인과 현저한 책임 차이가 있다”며 “사전에 지휘·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다른 임직원들의 범행을 예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장 공백에 주가도 줄줄이 하락

이 회장의 구속 소식에 이날 에코프로그룹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에코프로그룹의 지주회사인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6.78% 떨어진 55만원에 장을 마쳤다. 에코프로비엠(-4.10%)과 에코프로에이치엔(-2.21%)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들 종목은 오후 2시40분까지만 해도 전거래일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지만 재판 결과가 알려진 뒤 급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증권사들이 잇달아 투자의견을 부정적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공백 사태까지 발생함에 따라 주가는 당분간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3일 “지금 주가는 이미 2030년까지의 성장세까지 반영된 상태”라며 에코프로비엠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변경했다.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대신증권도 ‘매수’ 의견을 ‘중립’으로 바꿨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