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 /사진=한경DB
가수 아이유 /사진=한경DB
15년 차 싱어송라이터로 큰 사랑을 받고있는 아이유(30·본명 이지은)를 겨냥한 '음원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그가 부른 총 6곡이 도마에 올랐는데, 일각에서는 오히려 "아이유가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절 의혹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던 기존 사례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왜일까. 아이유 '표절 의혹'을 세세히 들여다봤다.

◆ 원작자도 아닌 제3자가 고발…가능한 일일까?

지난 8일 일반인 A씨는 아이유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A씨는 아이유가 부른 '분홍신', '좋은날', '삐삐', '가여워', '부(Boo)', '셀러브리티(Celebrity)' 등 총 6곡이 해외 및 국내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저작권법 위반죄는 친고죄로, 저작물을 침해당한 본인이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다. A씨는 원작자가 아닐뿐더러, 원작자들의 의견을 대리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고소'는 불가해 '고발'에 나섰다.

이를 두고 원작자의 이의 제기가 없는 상태에서 제3자의 고발이 선행돼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익 목적 등을 이유로 고발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관련 문제는 침해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 원작자들의 의견 자체가 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작권 문제는 법적으로 다투기 위해서든, 합의를 위해서든 당사자들 간의 긴밀한 의견 교환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데 고발장이 접수된 지금 단계에서는 제3자 A씨만이 존재한다.

◆ 작곡가 아닌 아이유 겨냥…노래만 불러도 저작권법 위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6곡 중 아이유가 작업에 참여한 건 다섯 명의 작곡가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셀러브리티' 하나다. 프로듀싱에 참여한 건 '삐삐' 한 곡이다. 이를 두고도 곡을 만든 각각의 작곡가들이 아닌 아이유를 고발한 자체가 대상을 잘못 골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A씨는 아이유가 이 곡들을 모두 불렀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제3자 고발이 가능한 비친고죄 대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표·대여·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아이유가 6곡에 걸쳐 '표절 의혹' 곡을 불렀다는 게 영리를 목적으로 하며, 상습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 주장은 실제로 성립되는 이야기일까. 정연덕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굉장히 애매한 사안"이라며 "문헌 해석만 두고 보면 '영리 목적', '반복적'이라는 것에 해당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경우"라고 생각을 밝혔다.

해당 건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면 까다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영리 목적' 범위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영리 목적이 없다'고 판단한 1심 결과가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다.

다만 정 교수는 영리 목적을 따지기에 앞서 표절 여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표절이라는 게 확정된 후에 영리 목적인지, 상습적이었는지 다투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 "비슷하게 들린다"는 의견은 왜 나오는 걸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유 측은 A씨의 고발 의도를 "악의적 흠집 내기"로 규정했다. △A씨가 작곡가들을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유만을 상대로 하고 있으며, △일부 작곡가들이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도 저작권과 아무 관계 없는 제3자가 무리하게 가창자인 아이유만을 고발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가수 유희열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음악 커뮤니케이터 가치 역시 "아이유는 본인이 작곡가가 아니고, 유희열은 본인이 작곡가였다. 유희열은 모든 곡의 작곡가였고, 아이유는 한 곡만 공동 작곡가고 나머지는 참여도 안 했다. 둘의 케이스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 "비슷하게 들린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왜 이런 표절 의혹이 불거지게 된 것인지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가요계에 만연한 레퍼런스(다른 작품을 차용하는 것) 관행이 지적받곤 한다. 익명을 요구한 작곡가 B씨는 "테마를 가져오더라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코드 진행은 그렇다 쳐도 멜로디까지 비슷한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작곡가 C씨는 "저작권 문제를 잘 해결하고, 원곡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곡을 완성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해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레퍼런스라면 그에 대한 인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 요즘에는 한 곡에 여러 명의 작곡가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책임감 있는 자세가 특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좋은 날'·'분홍신'의 이민수 작곡가, '삐삐'의 이종훈 작곡가, '가여워'를 작사하고 공동 작곡한 최갑원 프로듀서, '부'의 한상원 작곡가는 표절이 아니라고 반박한 상태다. 이민수 작곡가는 "타인의 곡을 참고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며 레퍼런스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한상원 작곡가는 장르, 코드 진행, 멜로디 등으로 나누어 가장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의혹을 반박했으며, "80년대 여성 댄스 팝 비트의 공통성과 편곡 방식을 구현해 곡을 만들었다"고 레퍼런스와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고발 사건을 시작으로 창작자가 아닌 아티스트를 겨냥한 표절 의혹이 무분별하게 이뤄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중들은 '비슷하게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솔직하고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또 아티스트는 의혹 제기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허위 사실 및 악의적인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