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은 사회적신분일까, 아닐까
2020년 고용노동부 등 중앙행정기관에 근무하는 약 1000명의 무기계약직(공무직)은 원고가 되어 국가를 상대로 공무원에게 명절휴가비 등을 더 많이 지급한 것은 차별이므로 차액을 불법행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위 청구에 대해 법원은 올해 5월 2년 여의 심리 끝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 요지는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 제6조 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정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이 아니며 △무기계약직과 공무원은 차별법리 적용의 전제가 되는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공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아 차별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2020가합 537058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동일한 쟁점에 관한 대표적 사건인 국도관리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국도관리원 사건은 2014년 지방국토관리청 소속 무기계약직인 국도관리원들이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들에게만 정근수당 등을 지급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1심과 2심 판결을 거쳐 지금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있다(2016도255941). 1심 및 2심 판결은 국도관리원이 공무원과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차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상판결과 달리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임을 인정했다.

대상판결과 국도관리원 판결은 무기계약직 차별과 관련한 중요 쟁점을 두루 다루고 있는데, 이번 기고는 두 판결이 입장을 달리한 사회적 신분 이슈, 즉 무기계약직이 근로기준법 제6조상 사회적 신분인지의 문제만 살펴 보기로 한다.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 여부는 매우 오래된 논쟁이며 의견 대립도 첨예하다. 그러나 아직 대법원 판결은 없다. 대법원이 최초로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되었던 사건은 2019년 대전문화방송 판결이었다(2015다254873). 그러나 동 판결에서 대법원은 2년 초과 사용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차별 법리에 따라서가 아니라) 기간제법 해석상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 적용되는 취업규칙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여, 이 문제를 판단하지 않았다.

우선 개인적 견해를 밝히면, 필자는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다. 무기계약직은 근로계약으로 창설되는 지위이며 고정성, 선택불가성이 없고, 인격적 표지도 아니다. 이러한 계약적, 유동적, 비인격적 지위를 사회적 신분으로 보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 취지, 연혁, 사회적 신분이 역사적으로 쓰인 용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일반적으로 ‘신분’은 ‘계약’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신분 개념을 해체시킨 것은 계약이다. 당사자가 자유롭게 체결한 계약은 신분개념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박지순 교수).

대상판결도 이런 필자의 견해와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 무기계약직은 근로자 의사에도 불구하고 쉽게 변경될 수 없는 계속적·고정적 지위가 아니며,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도관리원 판결은 무기계약직의 지위는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변경될 수 없는 계속적·고정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사회적 신분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우선 무기계약직의 고용형태상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무기계약직 고용형태는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다. 무기계약직에게는 임용절차를 통해 공무원으로 고용형태를 변경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를 두고 '계속적·고정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다음으로, 국도관리원 판결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1995년 결정(93헌바43)에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사회적 신분에 대해 내린 정의, 즉,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 판단에서 문언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회'에 사업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체결한 이상 '장기간 점하는 지위'가 있으며, 내규상 무기계약직은 정근수당 등의 지급대상이 아니니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보는 식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상 사회적 신분 정의는 형법상 누범이 사회적 신분임을 인정하는 논리 과정상 전제로 쓰였을 뿐이다.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을 판단할 때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활용된 위 문언을 평면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다. Δ무기계약직을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하는 경우의 효과(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Δ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사회적 신분'과 같이 열거된 '성별', '국적', '신앙'과의 동질성(모두 계약적 요소가 없다), Δ인격 표지성 여부(변경이 어려운 인격적 정체성과 관련되어야 하며, 계약으로 얻는 지위와는 친하지 않음)까지 고려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올해 5월에야 1심 판결이 나왔지만, 국도관리원 사건은 작년 12월 최종심인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에 회부가 되었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인지는 국도관리원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판결은 무기계약직(공무직)-공무원 간 차별만이 아니라, 금융권 등 사기업 영역에서의 무기계약직-정규직 간 차별 문제의 해법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번 대상판결의 무기계약직 사회적 신분에 관한 합당한 논지를 충분히 고려하길 기대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