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내연녀 고용해놓고…"직원 아니다" 발뺌한 사장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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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잘랐다가 부당해고 소송 걸린 대표
해고 자유로운 '5인 미만 사업장' 여부 쟁점돼
직원 "대표의 내연녀 포함하면 5인 이상" 주장
대표 "공동 경영자며 사실상 가사 사용인 역할" 반박
법원 "본처 있어...내연녀는 공동대표 아닌 직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보호 두고 논란 계속
해고 자유로운 '5인 미만 사업장' 여부 쟁점돼
직원 "대표의 내연녀 포함하면 5인 이상" 주장
대표 "공동 경영자며 사실상 가사 사용인 역할" 반박
법원 "본처 있어...내연녀는 공동대표 아닌 직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보호 두고 논란 계속
회사 대표의 내연녀는 '공동사업주'가 아닌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사업장의 근로자 숫자를 계산할 때 포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상 해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벌어진 웃지 못할 법적 공방전이다.
근로자 A는 2020년 11월 법무사 B가 운영하는 법무사사무소의 사무보조 직원으로 입사해 3개월 수습 기간이 포함된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근무능률·성적 저하'를 이유로 해고됐다. B는 물론 함께 지내던 다른 동료들도 A의 업무 능력에 불만을 가졌던 게 이유였다.
A 역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성희롱·성추행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해 고용지청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직장 문화에도 문제가 존재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A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이에 중노위가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A가 정상 근로했다면 받았을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자, B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법무사사무소 근로자의 숫자가 '5인'에 미치는지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으며 정리해고도 자유롭게 가능하기 때문에, A가 구제받을 별다른 수단이 없다.
대표는 내연녀가 직원이 아닌 공동사업주라 주장했다. 대표는 "사실상 배우자며, 직원이 아니라 공동경영을 하는 사업주"라며 "가끔 직원들 식사를 챙겨주고 회식 시 음식 장만, 사무실 청소 등 잡일을 하거나 차량 운전하는 등 '가사사용인'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로 볼 만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어 "상시 근무하지 않아 급여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중노위와 A 측의 손을 들어줬다. A가 비슷한 시기 입사한 직원과 나눈 카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실장'이 4대 보험 문제와 A의 해고 시기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단순한 가사사용인 이상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에게 본처가 있는 것도 이유가 됐다. 법원은 "이미 B는 법률상 배우자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녀를 공동양육하고 있다"며 "장기간 내연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내연녀가 B와) 경제공동체로서 사업장을 공동 운영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A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법원은 "수습기간 3개월을 둔 것도 반복적 업무지도가 필요했음을 예상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1개월만에 해고한 점, A의 업무능력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을 보면 A에게 (해고에) 책임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부당해고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규제,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연차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결정이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해서는 1999년에 합헌 판단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5인미만 사업장 노동실태와 사업주의 인식 및 정책방안’에 따르면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 임금체불을 경험한 비중은 10.0%에 달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영세 소상공인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장과 근로자 한두명 밖에 없는 사업장에서조차 근기법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편의점주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도 제멋대로 연락없이 그만둬 피해를 끼치고 적반하장으로 임금체불로 신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지금도 악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엄격한 법적 규제까지 적용되면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는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34만개며, 근로자는 522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5%에 달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직원 부당해고 주장...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 응수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2월 법무사무소 대표 B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중노위 측의 손을 들어줬다(2021구합85495).근로자 A는 2020년 11월 법무사 B가 운영하는 법무사사무소의 사무보조 직원으로 입사해 3개월 수습 기간이 포함된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근무능률·성적 저하'를 이유로 해고됐다. B는 물론 함께 지내던 다른 동료들도 A의 업무 능력에 불만을 가졌던 게 이유였다.
A 역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성희롱·성추행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해 고용지청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직장 문화에도 문제가 존재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A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이에 중노위가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A가 정상 근로했다면 받았을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자, B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법무사사무소 근로자의 숫자가 '5인'에 미치는지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으며 정리해고도 자유롭게 가능하기 때문에, A가 구제받을 별다른 수단이 없다.
◆법원 "본처 엄연히 있어...내연녀는 직원"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엉뚱하게도 이 사무소에 B의 내연녀가 '실장' 직함을 달고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로 번졌다. 내연녀를 제외하면 근로자가 4명이었는데, 내연녀를 근로자로 볼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했기 때문이다.대표는 내연녀가 직원이 아닌 공동사업주라 주장했다. 대표는 "사실상 배우자며, 직원이 아니라 공동경영을 하는 사업주"라며 "가끔 직원들 식사를 챙겨주고 회식 시 음식 장만, 사무실 청소 등 잡일을 하거나 차량 운전하는 등 '가사사용인'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로 볼 만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어 "상시 근무하지 않아 급여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중노위와 A 측의 손을 들어줬다. A가 비슷한 시기 입사한 직원과 나눈 카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실장'이 4대 보험 문제와 A의 해고 시기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단순한 가사사용인 이상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에게 본처가 있는 것도 이유가 됐다. 법원은 "이미 B는 법률상 배우자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녀를 공동양육하고 있다"며 "장기간 내연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내연녀가 B와) 경제공동체로서 사업장을 공동 운영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A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법원은 "수습기간 3개월을 둔 것도 반복적 업무지도가 필요했음을 예상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1개월만에 해고한 점, A의 업무능력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을 보면 A에게 (해고에) 책임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5인미만 사업장 해고 무방비" vs "제멋대로 그만두는 직원 부지기수"
이 '웃지 못할' 공방전은 결국 '5인 미만'이 근로기준법상 각종 규제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부당해고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규제,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연차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결정이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해서는 1999년에 합헌 판단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5인미만 사업장 노동실태와 사업주의 인식 및 정책방안’에 따르면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 임금체불을 경험한 비중은 10.0%에 달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영세 소상공인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장과 근로자 한두명 밖에 없는 사업장에서조차 근기법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편의점주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도 제멋대로 연락없이 그만둬 피해를 끼치고 적반하장으로 임금체불로 신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지금도 악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엄격한 법적 규제까지 적용되면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는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34만개며, 근로자는 522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5%에 달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