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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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서울의 한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에서 당시 19세였던 고교생 A 군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A 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A 군의 몸에서 합성마약인 펜타닐이 검출됐다. A 군의 사인은 '펜타닐 급성중독'으로 판명 났다.

지난해 9월에는 A 군과 동일한 나이인 B 군이 자택 거실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B 군의 혈액에선 합성 대마 성분과 치사 농도의 '엑스터시(MDMA)'가 검출됐다.

변사체서 마약 검출 잇따라…필로폰·펜타닐 많아

최근 들어 마약사범이 급증함에 따라 변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과수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검 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건수는 69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43건에서 1년 사이 60.47% 늘어난 수치다.

변사체에서 검출되는 마약의 종류는 필로폰이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펜타닐이 7건으로 뒤를 이었다.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된다. 극소량만으로도 강력한 환각효과 및 이상행동을 일으켜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린다.

이와 관련, 국과수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10대 사망률 1위가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값싼 중국산 원료 공급으로 다른 마약류에 비해 접근이 쉽다 보니 펜타닐의 국내 유입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인 '보디패커' 사례도…"마약 대응 강화할 것"

마약을 삼켜 몸속에 숨겨 운반하는 이른바 '보디패커(Body packer)'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말 서울 용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 C 씨의 몸에서는 마약 포장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과 함께, 포장 상태가 온전한 마약 등이 다량 발견됐다. 조사 결과, C 씨는 첫 한국인 보디패커로 파악됐다.

C 씨의 사인은 엑스터시 급성중독으로 확인됐으나, C 씨의 모발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마약 투약 사범이 아닌 국내 유통을 위해 마약을 밀반입한 운반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과수는 변사체에서 마약류가 잇따라 발견되는 것과 관련, "부검 사체에서 신종 마약 검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 매우 위험한 마약 확산 신호"라며 "국과수 내 마약 대응과를 신설해 신종 마약 탐색, 남용 현황 모니터링 등 마약 대응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