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삼성폰·현대차 만든 건 'K디자인'… 정책 지원 있어야 재도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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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 오병근 한국디자인학회장]
디자인은 아이디어~생산~판매~유통 전과정 영향
글로벌 감각지닌 디자이너 양성 교육·연구도 필요
'인식부족·저가발주'디자인 기업 적정 보상 못받아
'국격 디자인'위해 국가차원 디자인정책 컨트롤둬야
디자인은 아이디어~생산~판매~유통 전과정 영향
글로벌 감각지닌 디자이너 양성 교육·연구도 필요
'인식부족·저가발주'디자인 기업 적정 보상 못받아
'국격 디자인'위해 국가차원 디자인정책 컨트롤둬야
"삼성 휴대폰, 현대자동차 그리고 K컬쳐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면엔 우리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디자인 산업규모가 22조원이고 디자인 종사자도 35만명에 육박하지만 아직도 뚜렷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고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제대로 인정을 못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0일 열린 한국디자인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오병근 학회장(연세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은 'K디자인의 현주소'를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디자인이 최종 결과물의 일부로 생각했지만, 현대에 와선 아이디어 단계부터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K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도약하려면 창의적 디자인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국제학술대회를 마친 오 학회장을 만났다.
▶디자인 산업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지원이 필요한지요.
"일반적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해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을 디자인활용기업이라고 합니다. 이에비해 주로 디자이너로만 구성되고 디자인 일만 하는 기업을 디자인전문기업이라고 합니다. 디자인활용기업은 자체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디자인전문기업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전문기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과다 경쟁에다 디자인 대가기준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용기업에서 디자인 가치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저가 발주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인건비를 적정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예쁜 외형만을 다룬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디자인전문기업의 자체 상품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디자인 신기술 도입 등을 위한 정책과 금융지원,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창의적 디자인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업의 디자인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기업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입니다. 국가 경쟁력을 위한 수단으로도 디자인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선진국일수록 디자인도 잘 합니다. 이를 위해 역량있는 디자인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대학에서 기술과 경영 등과의 융합적 디자인교육, 산학연계 디자인교육, 디자인교육의 국제협력, 디자인 연구를 위한 지원이 타분야에 비해 매우 부족합니다. 또한 디자인중심의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마케팅, 기술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여 디자인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고 세계적인 스타디자이너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디자인의 해외 수출도 증가될 수 있습니다. "
한국디자인학회 봄 국제학술대회 주제는 ‘Design Transition: 새로운 시선’이었다. 신기술과 디자인의 융합 방안, K-디자인 포럼을 통해 산업계, 교육계, 그리고 정부기관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여 디자인계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오 학회장은 "AI와 같은 새롭고 변화무쌍한 기술은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서로 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이같은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모두 173명이 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전시회에는 10개국에서 125명의 작가가 디자인 작품을 전시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역임한 조수용 매거진B 발행인이 키노트 강연을 맡았다. 1978년 설립된 한국디자인학회 누적 회원은 7000여명에 달한다.
▶최근 국내외 디자인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가능디자인,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과 디자인의 융합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고, 디자인의 산업적 목표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이나 안전디자인, 공공서비스디자인, 헬스케어디자인 등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인간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것도,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바꾸는 것도 디자인에 의해 가능합니다. 최근 인공지능 딥 러닝의 발전과 맞물려 등장한 생성형 AI (Generative AI)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러한 기술은 디자인분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디자이너도 대체할 것이란 부정적 관점도 많지만 오히려 디자인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더 좋은 디자인을 통해 대상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긍정적 관점도 있습니다. "
▶대학 디자인 학과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요.
"디자인 지식이 디자인 행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론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뿐 아니라 기업의 디자인 종사자들도 디자인지식 생산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의적 디자인을 위한 연구에 산학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항상 중요한 과제입니다. 디자인분야만의 특성있는 연구와 지식창출이 필요한데 현재 학회에서는 디자인분야만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 Design Works란 논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있는 디자이너 양성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연구도 중요한 과제인데, 타학문과의 융합적 교육연구를 통한 디자인 인재의 경쟁력을 높이고 디자인리더십을 발휘하게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당면 문제해결에 몰두하기 쉬운데 장기적 안목에서 좋은 디자인 인재를 기르는데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야 합니다."
▶중소 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디자인전문기업의 역량강화를 통해 자체 상품개발과 브랜드 보유를 실현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산업처럼 경쟁력있게 해야 합니다. 신기술이나 타분야와의 융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적정한 대가지불로 디자이너가 소신을 갖고 오랫동안 일하게 하며 전문기업 운영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디자인 상품개발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앞서 언급한 마케팅, 금융, 기술, 판로 지원정책을 개발해야 합니다. "
▶디자인의 공정한 거래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하셨습니다.
"디자인발주처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단가를 낮게 책정하므로써 디자이너가 일한 것에 대한 공정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디자인이 산업이나 사회적 가치를 혁신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외향의 스타일만을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시키는 일의 양에 비해 비용을 낮게 책정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습니다. 또한 디자인입찰 경쟁에 참여하는 전문기업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아이디어와 디자인안을 제시하지만 채택되지 않으면 모두 헛수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떨어진 업체에도 디자인리젝트(reject)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디자인단가기준은 이미 제시되어 있으나 아직도 잘 적용되지 않는 것은 공정거래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디자인 산업이 국제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디자인전문기업 중 수출업체 비율은 5% 내외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습니다.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이 세계 10위권 안이지만 수출은 매우 저조합니다. 디자인전문기업의 국제화역량 강화, K-디자인의 해외 전시와 홍보, 관련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이 필요합니다."
▶디자인 선진국들은 어떤 정책과 투자를 하고 있나요.
"K-콘텐츠 산업의 경우 4000억원의 펀드 조성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제품뿐 아니라 K-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에 대한 펀드 조성도 절실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디자인기업이나 디자이너들이 상품화할 때 펀드를 통해 지원한다면 디자인산업이 더욱 더 진흥될 것입니다. 신기술과의 융합과 디자인 방법 혁신, 디자인교육과 연구를 통한 약량있는 인재도 양성될 수 있습니다." 오병근 한국디자인학회장은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뉴욕대(석사),서울대(박사)를 거쳐 현재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20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오 교수는 평소 학생들에게 '디자인 역량과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는 "사전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감력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자인도 서울중심인데, 지방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디자인활용기업이나 디자인전문기업, 그리고 그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숫자가 60%가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수도권까지 합하면 더 많습니다. 지방 경제를 살리려면 디자인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방의 산업과 사회를 혁신하는 제대로 된 디자인회사나 디자이너가 부족하니 디자인산업 자체도 같은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격에 맞는 디자인을 위해 범국가적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디자인분야는 산업경제, 사회환경, 문화, 그리고 국가이미지 창조와 밀접하게 관계하여 국가발전의 동력으로써 정책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정부주도의 디자인 정책과 더불어 디자인관련 종사자, 교육 및 연구 종사자들과 같은 민간주도의 바텀업식 정책도 수렴하여 그 효과를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국가차원의 통합적인 디자인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와 조직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산업부, 문화부, 중소벤처부, 국토부, 환경부, 외교부 등 정부 각 부처의 디자인 요구를 효율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기 위한 통합정책추진기구가 필요합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나 문화예술위원회와 유사한 국가디자인위원회에서 국가브랜딩, 문화관광, 복지, 안전, 환경, 창의교육을 다루며, 전문 디자인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ESG, 산업혁신을 위한 디자인 연구가 절실합니다."
▶애플 최고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 프랑스 태생의 산업디자이너 필립스탁같은 디자이너를 키우려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기 디자인 교육을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선진국에서는 디자인조기 교육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 디자인을 통한 문제해결, 새로운 아이디어 발상의 훈련으로 조기 디자인 교육이 중요하나 우리나라는 예체능교육을 줄일 뿐 아니라 디자인 교육은 더욱 드물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디자인교육을 중시하여 창의적 지능을 더욱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지난 5월 20일 열린 한국디자인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오병근 학회장(연세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은 'K디자인의 현주소'를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디자인이 최종 결과물의 일부로 생각했지만, 현대에 와선 아이디어 단계부터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K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도약하려면 창의적 디자인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국제학술대회를 마친 오 학회장을 만났다.
▶디자인 산업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지원이 필요한지요.
"일반적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해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을 디자인활용기업이라고 합니다. 이에비해 주로 디자이너로만 구성되고 디자인 일만 하는 기업을 디자인전문기업이라고 합니다. 디자인활용기업은 자체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디자인전문기업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전문기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과다 경쟁에다 디자인 대가기준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용기업에서 디자인 가치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저가 발주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인건비를 적정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예쁜 외형만을 다룬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디자인전문기업의 자체 상품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디자인 신기술 도입 등을 위한 정책과 금융지원,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창의적 디자인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업의 디자인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기업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입니다. 국가 경쟁력을 위한 수단으로도 디자인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선진국일수록 디자인도 잘 합니다. 이를 위해 역량있는 디자인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대학에서 기술과 경영 등과의 융합적 디자인교육, 산학연계 디자인교육, 디자인교육의 국제협력, 디자인 연구를 위한 지원이 타분야에 비해 매우 부족합니다. 또한 디자인중심의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마케팅, 기술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여 디자인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고 세계적인 스타디자이너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디자인의 해외 수출도 증가될 수 있습니다. "
한국디자인학회 봄 국제학술대회 주제는 ‘Design Transition: 새로운 시선’이었다. 신기술과 디자인의 융합 방안, K-디자인 포럼을 통해 산업계, 교육계, 그리고 정부기관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여 디자인계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오 학회장은 "AI와 같은 새롭고 변화무쌍한 기술은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서로 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이같은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모두 173명이 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전시회에는 10개국에서 125명의 작가가 디자인 작품을 전시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역임한 조수용 매거진B 발행인이 키노트 강연을 맡았다. 1978년 설립된 한국디자인학회 누적 회원은 7000여명에 달한다.
▶최근 국내외 디자인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가능디자인,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과 디자인의 융합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고, 디자인의 산업적 목표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이나 안전디자인, 공공서비스디자인, 헬스케어디자인 등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인간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것도,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바꾸는 것도 디자인에 의해 가능합니다. 최근 인공지능 딥 러닝의 발전과 맞물려 등장한 생성형 AI (Generative AI)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러한 기술은 디자인분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디자이너도 대체할 것이란 부정적 관점도 많지만 오히려 디자인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더 좋은 디자인을 통해 대상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긍정적 관점도 있습니다. "
▶대학 디자인 학과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요.
"디자인 지식이 디자인 행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론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뿐 아니라 기업의 디자인 종사자들도 디자인지식 생산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의적 디자인을 위한 연구에 산학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항상 중요한 과제입니다. 디자인분야만의 특성있는 연구와 지식창출이 필요한데 현재 학회에서는 디자인분야만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 Design Works란 논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있는 디자이너 양성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연구도 중요한 과제인데, 타학문과의 융합적 교육연구를 통한 디자인 인재의 경쟁력을 높이고 디자인리더십을 발휘하게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당면 문제해결에 몰두하기 쉬운데 장기적 안목에서 좋은 디자인 인재를 기르는데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야 합니다."
▶중소 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디자인전문기업의 역량강화를 통해 자체 상품개발과 브랜드 보유를 실현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산업처럼 경쟁력있게 해야 합니다. 신기술이나 타분야와의 융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적정한 대가지불로 디자이너가 소신을 갖고 오랫동안 일하게 하며 전문기업 운영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디자인 상품개발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앞서 언급한 마케팅, 금융, 기술, 판로 지원정책을 개발해야 합니다. "
▶디자인의 공정한 거래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하셨습니다.
"디자인발주처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단가를 낮게 책정하므로써 디자이너가 일한 것에 대한 공정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디자인이 산업이나 사회적 가치를 혁신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외향의 스타일만을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시키는 일의 양에 비해 비용을 낮게 책정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습니다. 또한 디자인입찰 경쟁에 참여하는 전문기업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아이디어와 디자인안을 제시하지만 채택되지 않으면 모두 헛수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떨어진 업체에도 디자인리젝트(reject)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디자인단가기준은 이미 제시되어 있으나 아직도 잘 적용되지 않는 것은 공정거래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디자인 산업이 국제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디자인전문기업 중 수출업체 비율은 5% 내외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습니다.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이 세계 10위권 안이지만 수출은 매우 저조합니다. 디자인전문기업의 국제화역량 강화, K-디자인의 해외 전시와 홍보, 관련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이 필요합니다."
▶디자인 선진국들은 어떤 정책과 투자를 하고 있나요.
"K-콘텐츠 산업의 경우 4000억원의 펀드 조성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제품뿐 아니라 K-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에 대한 펀드 조성도 절실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디자인기업이나 디자이너들이 상품화할 때 펀드를 통해 지원한다면 디자인산업이 더욱 더 진흥될 것입니다. 신기술과의 융합과 디자인 방법 혁신, 디자인교육과 연구를 통한 약량있는 인재도 양성될 수 있습니다." 오병근 한국디자인학회장은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뉴욕대(석사),서울대(박사)를 거쳐 현재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20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오 교수는 평소 학생들에게 '디자인 역량과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는 "사전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감력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자인도 서울중심인데, 지방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디자인활용기업이나 디자인전문기업, 그리고 그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숫자가 60%가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수도권까지 합하면 더 많습니다. 지방 경제를 살리려면 디자인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방의 산업과 사회를 혁신하는 제대로 된 디자인회사나 디자이너가 부족하니 디자인산업 자체도 같은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격에 맞는 디자인을 위해 범국가적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디자인분야는 산업경제, 사회환경, 문화, 그리고 국가이미지 창조와 밀접하게 관계하여 국가발전의 동력으로써 정책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정부주도의 디자인 정책과 더불어 디자인관련 종사자, 교육 및 연구 종사자들과 같은 민간주도의 바텀업식 정책도 수렴하여 그 효과를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국가차원의 통합적인 디자인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와 조직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산업부, 문화부, 중소벤처부, 국토부, 환경부, 외교부 등 정부 각 부처의 디자인 요구를 효율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기 위한 통합정책추진기구가 필요합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나 문화예술위원회와 유사한 국가디자인위원회에서 국가브랜딩, 문화관광, 복지, 안전, 환경, 창의교육을 다루며, 전문 디자인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ESG, 산업혁신을 위한 디자인 연구가 절실합니다."
▶애플 최고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 프랑스 태생의 산업디자이너 필립스탁같은 디자이너를 키우려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기 디자인 교육을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선진국에서는 디자인조기 교육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 디자인을 통한 문제해결, 새로운 아이디어 발상의 훈련으로 조기 디자인 교육이 중요하나 우리나라는 예체능교육을 줄일 뿐 아니라 디자인 교육은 더욱 드물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디자인교육을 중시하여 창의적 지능을 더욱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