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진열된 방울토마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마트에 진열된 방울토마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홀로 6세 딸을 키우는 40대 엄마가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다"는 딸의 말에 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훔쳐 경찰에 입건됐다. 이 여성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안타까운 사정이 확인돼 결국 훈방 조치됐다.

14일 경찰과 구리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구리시의 한 마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방울토마토 1팩을 훔친(절도) 혐의로 검거됐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A 씨를 특정하고 출석 통지를 했다.

사건 발생 약 일주일 만에 경찰에 출석한 A 씨는 먹다 남은 방울토마토를 그대로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일부 먹었지만, 남은 것이라도 돌려드리겠다"며 "돈이 없어서 훔쳤다. 죄송하다"고 자백했다.

A 씨는 최근 이혼 후 혼자 어린 딸을 양육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전 남편이 딸의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마땅한 직업이 없었던 탓에 생활고에 처해 있었다. 임대아파트 관리비와 임대료도 수개월째 내지 못하고 밀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었다.

A 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경찰은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한 뒤 그를 훈방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가 범죄 전력이 없고,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심사를 통해 처분을 감경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이후 경찰은 구리시 희망복지팀에 연락해 지원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시는 현재 A 씨에 대한 생계비 지원, 취업 지원책 등 긴급복지 지원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A 씨의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우울증 등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LH와 협의해 주거 관련 지원, 민간단체와 연계해 생계비 지원, 취업 지원책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