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연 페이스북
사진=도연 페이스북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의혹을 받은 후 환속 신청을 한 도연 스님이 28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업데이트했다. 논란이 벌어지고 SNS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난 7일 이후 약 20여일 만이다.

도연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욕망과 증오로부터 도망가야 한다"라면서 그의 영상 하나를 공유했다.

58초가량의 쇼츠(짧은 영상)에서 그는 "우리가 보통 엄청 누군가를 미워한다거나 누군가를 엄청 좋아하는데 이런 것들이 나에게 둘 다 고통을 준다는 것"이라면서 "뭔가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할까. 내가 좋아하는데 그 사람을 내가 얻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나를 고통케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 자꾸 만나면 어떡하지, 싫은데 가다가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들이 든다"며 "근데 이런 마음이 자꾸 자꾸 일어난다는 것. 그런데 이런 마음들은 내가 이기기가 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되게 강렬하게 타오르는 어떤 불길 같아서 그럴 때는 작전상 후퇴를 해야 된다"면서 "어떻게 후퇴하느냐. 호흡으로 돌아온다든지 걷는다든지 내가 뭔가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것에 관심을 바꿔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더는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에 이른 것.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우리의 진정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라는 웬델 베리와 "내가 숲에서 살기로 작정한 것은 내 의도에 따른 삶을 살면서 삶의 본질적인 측면과 접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또 죽는 날, 삶이 내게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것을 배우지 못했고, 그래서 내가 삶이란 것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인용했다.

유튜브에는 3일 전부터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등 노래를 커버한 음악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각종 논란과 관련해 직접 해명이나 설명하는 대신 이러한 활동들로 자신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도연은 출가 후 둘째 아이를 얻어 계율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교구본사를 통해 종단에 환속제적원을 제출했다. 승려 신분을 포기하고 속세로 돌아가겠다고 신청한 것. 이와 관련해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아직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연은 출가 후 둘째 아이를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며 전 부인이 응하지 않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라는 종단의 요구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연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다 출가했으며 봉은사에서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둘째 아이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7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동안 SNS 활동을 쉬고자 한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조계종 종단에 부담을 주고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당분간 자숙하고 수행과 학업에 정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