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갑작스럽게 장인상을 치르게 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장례식장을 급히 잡긴 했지만 문제는 화장장이었다. 평소 경기 북부에 화장장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그는 용인, 성남, 화성, 수원 등 4개 화장장에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찼다는 대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강원 춘천까지 가서 화장을 하고 다시 경기에 있는 장지로 돌아와야 했다.
경기도민 1400만 넘는데 화장장은 단 '4곳'
수도권 내 화장장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 지역에는 현재 총 4곳의 화장장(화장로 48개)이 있다. 모두 경기 남부에 자리했다. 경기도 인구는 1400만 명이다. 고령화 영향으로 2013년 5만 명 수준이던 사망자 수는 지난해 약 7만9000명으로 50% 넘게 늘었다. 하루평균 216명꼴로, 48개 화장로가 다 감당하기 어렵다.

‘원정 화장’하는 경기도민


4일 보건복지부의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화장장은 모두 62곳이다. 이 중 수도권 내 화장장은 7곳에 불과하다. 서울 2곳(1곳은 서울시 소유로 경기 소재), 경기 4곳, 인천 1곳이다. 수도권 인구가 2600만 명, 작년 사망자 수가 15만3300명(하루평균 420명)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 적다.

문제가 집중된 곳은 경기 지역이다. 경기도 내 화장장이 서남부에 쏠려 있는 탓에 구리 남양주 양평 이천 등 동북부 지역 주민은 김씨처럼 강원도로 ‘원정 화장’을 다니는 처지다. 상(喪)의 특성상 평소엔 실감하지 못하다가 일이 닥쳐서야 화장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는 경기도민이 많다.

경기도에서는 여러 차례 화장시설을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주민 반발 때문에 적당한 자리를 못 찾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앞서 가평군은 구리, 남양주, 포천시와 공동으로 관내에 화장시설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주민 반발이 거세 유야무야됐다.

이천시는 여주와의 경계 지역에 시립 화장시설을 짓기로 했다가 여주시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화성시가 2021년 안산·부천·안양·시흥·광명시 등 총 5개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건립한 함백산 추모공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군포시 등은 이 시설을 공동 운영하자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서울승화원’ 불만도 다시 부각


화장장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커지면서 ‘경기도 내 서울시 화장장’인 서울시립승화원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립승화원은 경기에 있지만 서울시 소유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 시설이 경기 지역에 있으면서도 경기도민(고양·파주 제외)에게는 할인해 주지 않고, 서울 시민만 할인해준다는 점이다. 작년 말 부친상을 치른 김포 거주자 50대 고모씨는 이곳에서 화장을 하면서 100만원을 냈다. 그는 “화장장에 가서 보니 ‘서울, 고양, 파주 시민은 12만원’이라고 안내돼 있었다”며 “화장장이 있는 고양시 주민 할인은 이해하지만, 서울 시민은 깎아주면서 정작 경기도민은 안 깎아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 내에 있는 화장장이 총 5곳밖에 되지 않는데 그나마 1곳은 서울시 소유여서 경기도민이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승화원은 1970년까지 서울 홍제동에 있던 ‘벽제화장장’이 이전한 것이다. 53년 전 고양시는 허허벌판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울시는 “화장장을 옮기라”는 주민들의 불만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1997년부터 고양 시민과 파주 시민(용미리 서울시립추모공원 소재지 주민)에게 할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현 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조건 화장장은 반대하고 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생활 필수시설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경기 연천군과 여주시가 화장장 건립을 추진 중”이라며 “지자체가 화장장을 짓는다면 국비와 도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