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먹을 사람은 먹는다"
초복날 보신탕집 '의외의 풍경'
중장년·노년층 남성들 찾는 수요 여전해
"젊은이 안 찾아…어차피 수년 내 사라질 것"
이전부터 "개를 먹을 수 있냐, 없냐"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지만 올해만큼 보신탕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은 금지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시작으로 개 식용 논란이 급물살을 탄 것.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도 관련 법안·조례 발의로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됐다.
하지만 초복을 맞아 보신탕집을 찾은 손님들, 그리고 이들을 맞이하는 식당 사장님들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복을 맞아 이곳을 찾았다는 시민 김모 씨(72)는 "우리 같은 또래들 사이에선 개고기는 여전히 인기가 많다. 기력 회복에도 최고"라면서도 "지금은 보신탕 가게가 많이 없어져서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민 황모 씨(58)는 "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사 먹곤 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걸 많이 꺼리는 것 같아서 눈치 보일 때가 있다"며 "자주 가던 보신탕집 몇군데도 손님들이 안 오는지 문을 닫은 걸 봤다. 그래서 이곳을 일부러 찾아오곤 한다"고 전했다.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식용 개고기'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동물 학대와 불법행위를 이유로 해당 가게들에 대한 신속하고 확실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명시되지 않은 개·고양이 도살은 동물보호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식품 원료도 아니기 때문에, 보신탕 판매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오래된 관습이라는 이유로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등이 자행돼 온 데다, 식용 자체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아 생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남아있는 개고기 판매 음식점은 총 229곳으로 파악됐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개고기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어차피 수년 내로 사라질 테니 당장 금지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우리 조상들이 먹어온 고유의 음식을 두고 갑자기 이렇게까지 막아설 필요가 있나 싶다. 어차피 먹을 사람은 다 먹는다"라면서도 "가끔 가게에 동물 단체가 찾아와 판매하지 말라는 등의 설득을 하는데, 어차피 지금 규제가 심하고 판매할 고기도 부족하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아예 안 먹다 보니,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보신탕 가게들이 전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계에서도 식용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2%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으며, 88.6%는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개를 식용으로 사육·도살·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42.0%), 그렇다(30.8%) 등 동의하는 비율이 72.8%로 집계됐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개고기 관련 법령 모호함이 있어 위생관리의 한계가 있다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 법적 근거 마련될 때까지 음식점 위생관리 차원에서 단속 조치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