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슈퍼비전 인공지능(AI)을 위한 겹눈 모방 뉴로모픽 반도체’를 주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 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에 나선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의 뇌나 신경세포의 구조와 특성을 모방해 효율성을 높인 병렬 연산 AI 반도체를 말한다.

23일 GIST에 따르면 지난 4월 메가 프로젝트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GIST는 오는 26일 발대식을 열고 이 사업에 들어간다. 3년간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시범 기간을 포함해 최대 10년까지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총사업비는 69억원이다.

GIST는 이 프로젝트에서 초파리의 겹눈 구조 및 시신경 구조를 모방해 AI 기술에 기반한 슈퍼비전 카메라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성공하려면 △겹눈 모방형 마이크로렌즈 설계 및 제작 △메모리 기반 뉴로모픽 반도체 구현을 위한 인공 망막 구현 및 집적 △제작된 카메라 모듈의 모션 감지 기능 구현 등 세 가지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인간 시신경의 일부 기능만 모방한 기존 뉴로모픽칩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관건이다.

뉴로모픽 센서 및 컴퓨터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주로 무인 이동체다. 무인 이동체는 위치 판단과 물체 추적, 장애물 회피, 모션 감지 등 복합적인 감지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이 중 한두 가지 기능을 융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각 기능을 수행하는 센서들이 개별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기존 센서들은 대부분 인간의 눈을 모방한 단일 렌즈로 설계돼 한 가지 움직임에도 불필요한 데이터가 많이 발생하고 이를 걸러내는 데 에너지를 크게 소모한다.

GIST 관계자는 “겹눈 구조 연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 위치 및 모션 감지에 최적화된 광학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며 “지역 주력산업인 미래차는 물론 드론, 자율주행 농기계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GIST는 1단계 목표로 저전력·고효율 드론에 들어가는 인-센서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한 뒤 최종 목표로 이런 드론을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드론, 즉 ‘드론 잡는 드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무인 이동체를 넘어 보안, 국방,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눈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각 지능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수년 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함께 슈퍼비전 AI 연구를 진행해 온 GIST는 뉴로모픽 기술과 관련해 세계 선두 그룹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췄다. 올해 시작하는 GIST-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AI 반도체 첨단 공정 팹 구축 사업과 연계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IST는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이번 사업을 광주·전남이 함께하는 ‘초광역 협력형’으로 추진한다. 광주광역시, 전라남도의 지원 아래 한국에너지공과대학, 한국광기술원, 네패스, 한국알프스, 사피온코리아 등과 협력할 계획이다.

연구 책임자인 송영민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지역 산업 견인은 물론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