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신림동 묻지마 흉기 살인'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분당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또다시 발생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화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범죄가 또다시 일어나 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지 10여일 만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6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서현역 일대에서 도로를 주행하던 차량이 지나가는 행인을 치고 AK플라자에서 흉기를 이용해 난동을 부린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총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최모(23)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살인 하려 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탑승했던 사고 차량. /사진=김세린 기자
피의자가 탑승했던 사고 차량. /사진=김세린 기자
범행에 앞서 최씨는 백화점 앞 도로에서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도 받는다. 해당 경차는 최씨 부모 소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들은 "벌써 묻지마 칼부림 모방 범죄가 나왔고 이걸 막으려면 묻지마 칼부림하는 사람은 경찰이 보는 즉시 사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솜방망이 처벌만 계속되면 비슷한 모방 범죄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YTN뉴스에 출연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행동요령을 알려드려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만약 이런 범죄자와 마주친다면) 스스로 무엇을 해결하고 응징하려 하기보다는 장소를 떠나 기둥이나 물건 뒤에 숨어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출구 근처에서 피의자 조선(33)이 시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다른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은 바 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8시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고, 다중밀집 장소에 경찰력을 '즉각적이고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가운데 유사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다.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테러 행위'와 같다"고 강조했다.

또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길거리에 나오는 것 자체에 공포감을 가질 정도"라면서 "모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선택한 만큼 다중밀집 장소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경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최씨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