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오너 리스크' 해소될까…이동채 전 회장 최종판결 예의주시
사건번호: 2023도6668
양극재 공급계약 공시 전 주식거래로 11억 시세차익 올린 혐의
법정구속 항소심땐
주가 출렁…18일 상고심 판결에 투자자 촉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2심에서 법정 구속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운명을 결정짓는 상고심 판결이 이달 중순 나온다. 창업주의 실형 선고에도 아랑곳없이 국내 대표 2차전지주로 꼽히는 에코프로 주가는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거듭 뛴 주가에 이 회장은 단숨에 국내 5위권 주식 부자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실형이 확정되면 그룹 총수가 자리를 비우는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된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만한 요인인 만큼 투자자들은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전 회장 측도 대형 로펌으로 변호인단을 새롭게 꾸리며 ‘막판 뒤집기’를 위한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7월 18일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에코프로는 지난 7월 18일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오는 18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 등의 상고심(사건번호: 2023도6668)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2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1심에선 집행유예 5년(징역 3년, 벌금 35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3월 에코프로 대표에서 물러난 상태다.

차명·자녀 계좌 이용…신고도 안 해

이 전 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 됐다.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9월부터 A사와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 소재를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 그해 11월 공급계약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음해 1월 31일에는 2023년까지 계약금액 2조7413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 소재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이 성사됐다.

이 회장은 2019년 12월 16일 자신이 주재한 그룹사 임직원 경영평가회의에서 공급계약이 곧 체결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다음해 1월 31일 오전에는 직원으로부터 “오늘 중장기 공급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보고를 받았다. 주가 상승을 예상한 이 회장은 자신이 사용하는 차명 증권계좌와 아들과 딸 명의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1월 31일부터 A사와의 계약내용이 공시된 2월 3일까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수했다. 그 후 주식을 매도해 6억1115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사진=한경DB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사진=한경DB
에코프로비엠은 2021년 9월 8일 A사와 2026년까지 10조1100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내용의 추가 중장기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이 회장은 이번에도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2021년 9월 9일 오전 공시에 앞서 자신의 차명계좌로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수하고 나중에 이를 되팔아 4억9757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이런 행위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총 84회에 걸쳐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 등에 주식 보유현황 변화를 보고하지 않은 것에도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또 주식 거래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사용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봤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당시 성보기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코스닥 상장기업이 포함된 기업집단의 총수로서 온건한 경영활동을 통해 투명한 이익 실현에 앞장서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 회장 측과 검찰은 모두 법원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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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최문수, 안승훈 부장판사)는 1심과 달리 이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경우 그룹 총수이자 이 사건 미공개정보 생성·관리의 최종 책임자”라며 “미공개정보의 이용 횟수, 그로 얻은 이익, 차명계좌를 이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다른 피고인들과 책임의 정도 차가 현저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다른 피고들과 달리 주식 보유상황 보고의무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이 자본시장법 준수 여부를 철저히 지휘·감독했다면 그룹 주요 임직원들의 범행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인단 선임

2심 선고일인 지난 5월 11일 에코프로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6.78% 내린 5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도 4.1% 떨어졌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구속 충격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2차전지 산업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이 에코프로그룹주를 대거 사들이는 가운데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반등 수준을 넘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달 18일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하며 2007년 9월 동일철강 이후 약 16년 만에 코스닥 ‘황제주’ 자리에 올랐다.
에코프로비엠 본사 사진=한경DB
에코프로비엠 본사 사진=한경DB
이 전 회장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주목받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면 한동안 에코프로그룹주에 붙어있던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총수만이 결정할만한 대규모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 측은 상고 결정 후 신속하게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세종·지평·평안 소속 변호사 13명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하며 막판 뒤집기를 준비하고 있다. 변호인단 중 3명은 대법관 출신으로 알려졌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