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작곡가, 생물학 석학서 다시 자유인, "곧 퇴임 콘서트…인생 3막 재밌게 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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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히트곡 '연' 만든 조진원 연세대 교수
당 연구 네이처 셀에 실리고
국제복합당질학회장도 지내
싱어송라이터협회장 맡기도
"교수론 100점, 작곡가론 60점
31일 콘서트선 신곡 선보일 것"
7080 히트곡 '연' 만든 조진원 연세대 교수
당 연구 네이처 셀에 실리고
국제복합당질학회장도 지내
싱어송라이터협회장 맡기도
"교수론 100점, 작곡가론 60점
31일 콘서트선 신곡 선보일 것"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맘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1980년대 히트곡인 라이너스의 ‘연’은 1979년 제2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우수상과 작사상을 받은 곡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가사,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구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곡을 작곡하고 가사를 붙인 사람은 조진원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사진). 싱어송라이터이던 그는 20대에 ‘연’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아’ 등 여러 히트곡을 선보였다. 결혼 후 부인의 바람대로 연구를 이어가다가 1996년 모교인 연세대로 돌아왔다. 전공은 당생물학으로 분자 하나로 된 당인 ‘오글루낵’을 연구 주제로 잡았다.
그는 암세포를 차단하는 핵심 단백질과 당뇨 합병증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논문을 2006년 네이처 셀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2013년엔 언더우드특훈교수로 임명됐고 이후 한국분자생물학회장 국제복합당질학회장을 지냈다. 쭉 연구에만 매진한 것이다. 그런데 2015년 특이한 경력이 튀어나온다.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장. 조 교수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사월과오월의 백순진 형님이 싱어송라이터들의 모임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서 무조건 한다고 답했다”며 “그 인연을 계기로 싱어송라이터협회장까지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오는 30일 정년퇴직한다. 음악을 하다가 느지막이 학위를 마쳐서 재직 기간은 28년. 그는 “연구도 즐거웠고 반짝이는 학생들 눈을 바라보며 하는 강의도 정말 좋아했다”고 했다. 스스로 점수를 매기자면 “교수는 100점, 작곡은 60점”이라고. “연구도 잘한 편이고 강의나 사회봉사, 학생들 상담까지 그 정도면 100점짜리 교수 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는 2015년 ‘아빠의 노래는 별이 되어’라는 정규앨범을 낸 걸 빼고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그래서 퇴직 다음 날인 31일 ‘조진원의 노스탤직 콘서트’를 연다. 조 교수 제자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다.
그는 “‘연’ ‘사랑하는 사람아’ 등 히트곡들과 정규 앨범 수록곡 그리고 처음 발표하는 신곡도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곡 제목은 ‘종이부시(終而復始)’. 어떤 일을 마치고 다음 일을 잇달아 시작한다는 의미다. 딱 지금 조 교수의 상황을 담았다. 그는 “인생 첫 번째 변곡점이 가장이 된다는 의미에서 결혼이었고 두 번째 변곡점은 연구 주제를 한 번도 연구 경험이 없던 ‘오글루낵’으로 바꿔 이 분야의 리더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라며 “이제 정년퇴직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출발하는 게 인생 3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수 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을 묻는 질문엔 “완전히 새로운 오글루낵 연구에 매진해 세계에서 인정받은 일”이라고 답했다. 1995년 한 포럼에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일본인 박사가 “한국의 당생물학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발언한 일을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뒀다. 그는 “당시 ‘기필코 당생물학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고 다짐했고 네이처 셀바이올로지에 논문이 실렸다”며 “국제복합당질학회장까지 맡으면서 한국을 널리 알린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생 3막에는 어떤 버킷 리스트가 있는지 궁금했다. 조 교수는 “이걸 꼭 해봐야지 하는 건 없다”고 했다.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고 편히 잠잘 수 있으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어딨겠어요. 저는 항상 말보다는 실천이 앞섰고 그게 제 장점이에요. 새롭고 재미난 일을 많이 할 겁니다.”
글=민지혜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spop@hankyung.com
1980년대 히트곡인 라이너스의 ‘연’은 1979년 제2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우수상과 작사상을 받은 곡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가사,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구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곡을 작곡하고 가사를 붙인 사람은 조진원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사진). 싱어송라이터이던 그는 20대에 ‘연’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아’ 등 여러 히트곡을 선보였다. 결혼 후 부인의 바람대로 연구를 이어가다가 1996년 모교인 연세대로 돌아왔다. 전공은 당생물학으로 분자 하나로 된 당인 ‘오글루낵’을 연구 주제로 잡았다.
그는 암세포를 차단하는 핵심 단백질과 당뇨 합병증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논문을 2006년 네이처 셀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2013년엔 언더우드특훈교수로 임명됐고 이후 한국분자생물학회장 국제복합당질학회장을 지냈다. 쭉 연구에만 매진한 것이다. 그런데 2015년 특이한 경력이 튀어나온다.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장. 조 교수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사월과오월의 백순진 형님이 싱어송라이터들의 모임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서 무조건 한다고 답했다”며 “그 인연을 계기로 싱어송라이터협회장까지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오는 30일 정년퇴직한다. 음악을 하다가 느지막이 학위를 마쳐서 재직 기간은 28년. 그는 “연구도 즐거웠고 반짝이는 학생들 눈을 바라보며 하는 강의도 정말 좋아했다”고 했다. 스스로 점수를 매기자면 “교수는 100점, 작곡은 60점”이라고. “연구도 잘한 편이고 강의나 사회봉사, 학생들 상담까지 그 정도면 100점짜리 교수 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는 2015년 ‘아빠의 노래는 별이 되어’라는 정규앨범을 낸 걸 빼고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그래서 퇴직 다음 날인 31일 ‘조진원의 노스탤직 콘서트’를 연다. 조 교수 제자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다.
그는 “‘연’ ‘사랑하는 사람아’ 등 히트곡들과 정규 앨범 수록곡 그리고 처음 발표하는 신곡도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곡 제목은 ‘종이부시(終而復始)’. 어떤 일을 마치고 다음 일을 잇달아 시작한다는 의미다. 딱 지금 조 교수의 상황을 담았다. 그는 “인생 첫 번째 변곡점이 가장이 된다는 의미에서 결혼이었고 두 번째 변곡점은 연구 주제를 한 번도 연구 경험이 없던 ‘오글루낵’으로 바꿔 이 분야의 리더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라며 “이제 정년퇴직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출발하는 게 인생 3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수 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을 묻는 질문엔 “완전히 새로운 오글루낵 연구에 매진해 세계에서 인정받은 일”이라고 답했다. 1995년 한 포럼에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일본인 박사가 “한국의 당생물학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발언한 일을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뒀다. 그는 “당시 ‘기필코 당생물학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고 다짐했고 네이처 셀바이올로지에 논문이 실렸다”며 “국제복합당질학회장까지 맡으면서 한국을 널리 알린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생 3막에는 어떤 버킷 리스트가 있는지 궁금했다. 조 교수는 “이걸 꼭 해봐야지 하는 건 없다”고 했다.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고 편히 잠잘 수 있으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어딨겠어요. 저는 항상 말보다는 실천이 앞섰고 그게 제 장점이에요. 새롭고 재미난 일을 많이 할 겁니다.”
글=민지혜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