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카페·휴게소로, 운동 '이열치열'…일몰 후 바닷가 인파
전문가 "술·기름진 음식은 수면 방해…초저녁 잠이 더 도움"
[르포] '잠 못 이루는 밤' 시원한 곳 찾아라…열대야 탈출 백태
밤낮을 가리지 않는 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열대야는 지난 6월 23일 경남 밀양과 의령, 제주에서 처음 발생해 2020년(6월 8일) 이후 가장 빨랐다.

잠 못 이루는 날에 지친 시민들은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고 나섰다.

시원한 하천이나 바닷가에 발을 담그는 것은 물론 운동을 즐기며 '이열치열'로 맞서는 풍경까지 모습도 다양하다.

◇ 단골 피서지 바닷가, 공원엔 밤에도 북적북적
지난 3일 오후 9시 40분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용지공원.
돗자리나 캠핑 의자에 앉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야외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호숫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배경으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에선 시원함이 절로 느껴졌다.

20대 김모 씨는 "너무 더워서 친구들이랑 산책 겸 나왔다"며 "호수 옆이기도 하고 같이 웃고 떠들다 보면 더위도 좀 사라지는 거 같아 밤에 자주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르포] '잠 못 이루는 밤' 시원한 곳 찾아라…열대야 탈출 백태
지난달 22일부터 13일 연속(지난 3일 기준) 열대야가 이어지는 제주도는 밤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곳곳이 북적인다.

개장 시간을 연장해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과 삼양해수욕장은 일몰 후에도 물놀이하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시민들이 많다.

강원도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는 여름철 최고 피서 캠핑지다.

지난 3일 이곳에는 캠핑카 약 100대와 승합차, 미니버스 등이 몰려 빈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한 피서객은 "강릉 등 동해안으로 피서를 왔다가 밤낮으로 너무 더워 대관령으로 왔는데 여기는 천국"이라며 "여기서 며칠 더 머물다 좀 견딜만한 기온이 되면 그때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골 피서지인 공원과 바닷가, 워터파크에는 밤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는 15일까지 야간 특별 개장을 하는 경기 용인시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에는 지난 3일 평일 늦은 시간대에도 야외 파도풀에 방문객이 적지 않았다.

지난 3일 울산 북구 강동해변 곳곳에는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편 시민들이 야간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낚시하거나 폭죽을 터트리는 시민도 보였다.

이주란(43)씨는 "더위 좀 피하려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안 분다"면서도 "오늘 달이 엄청나게 커서 바다가 아름답고, 물가라서 좀 더 시원하다"고 말했다.

[르포] '잠 못 이루는 밤' 시원한 곳 찾아라…열대야 탈출 백태
운동을 하며 오히려 더위에 땀을 내는 방법을 택한 시민도 많다.

충북 청주 무심천 체육공원과 광주 상무시민공원 등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배드민턴을 즐기는 인원으로 붐볐다.

지난 3일 낮 기온이 37.7도까지 오른 대구는 이날 오후 10시께에도 신천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발길이 이어졌다.

대전 서구 만년동 엑스포시민광장에도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 배드민턴 등을 즐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부산 수변공원과 시민공원 등에도 조깅과 러닝을 즐기는 인원들이 자주 보였다.

수변공원에서 만난 김화영(41)씨는 "저녁에는 보통 5㎞를 30분 정도 뛰는데 천천히 뛰어도 땀이 흠뻑 난다"며 "뛰고 나면 오히려 더 상쾌하고 집에 가면 잠도 잘 온다.

여름 러닝은 그 재미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 마트로 거실로…"에어컨이 최고"
자연 바람 대신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을 택한 시민도 많다.

종일 냉방이 잘 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광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아내와 장을 보던 신모(58)씨는 "주말만큼 붐비지도 않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서 산책 삼아 나왔는데 시원해서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8시께 찾은 창원시 성산구 한 대형마트에도 편한 복장으로 여유롭게 장을 보는 쇼핑객이 많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경남 지역 마트는 폭염이 지속된 최근 2주 동안 매출이 약 10% 늘었다"며 "부산 지역 백화점도 오후 5시 이후 구매 고객 수도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르포] '잠 못 이루는 밤' 시원한 곳 찾아라…열대야 탈출 백태
집 거실에 설치된 에어컨 덕분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한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사는 이은지(39)씨는 "거실에만 에어컨이 있어 우리 부부나 딸들 모두 주로 거실에서만 생활한다"며 "덕분에 대화할 기회도 되고 좋다"고 말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사는 30대 장모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이번 달 전력량이 지난달보다 두 배 넘게 나왔다며 혹시 문제가 생긴 거 아니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며 "안방과 거실, 아이 방에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달 전기세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면시간을 앞당기고 냉방기기를 과하게 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열대야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한성호 동아대병원(가정의학과) 교수는 "초저녁에 잠을 자면 일찍 깨게 돼 피곤한 것 같지만 수면의 질은 밤 12시 이후에 자는 것보다 더 좋다"며 "또 술을 마시면 체내 온도를 높여 수면을 더 방해한다.

기름진 음식도 될 수 있으면 잠자기 2시간 이내에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은 바깥 온도와 5도 이상 차이가 나면 오히려 냉방병을 일으켜 과하게 온도를 낮추지 않아야 한다"며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은 낮 시간대에 물을 충분히 많이 먹고 또 염분을 섭취하는 것도 열대야 극복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르포] '잠 못 이루는 밤' 시원한 곳 찾아라…열대야 탈출 백태
(양지웅 전지혜 이성민 정회성 박세진 김솔 나보배 장지현 홍현기 이주형 이준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