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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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41)이 자폐 성향 아들을 담당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과정에서 주호민과 그의 아내가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교사가 '역고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현행법상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이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공개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법안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해당 특수교사는 주호민과 그의 아내에 대한 '역고소'는커녕, 교육청이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차원의 '제3자 고발'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교사 측 변호를 맡은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는 한경닷컴에 "교사에게 먼저 (주 씨 부부를) 고발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더니, 교사는 고발 의사가 없다며 거절했다"며 "교사는 지금까지도 주호민 씨 아들이 서울로 이사를 했는데 잘 적응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교사는 아이가 눈에 아직도 아른아른한다고 한다"며 "아버지(주호민)를 고발해서 아들이 그걸 알 경우, 아들에게 얼마나 상처일까 싶어서 너무 힘들지만 차마 아이를 생각해 주호민 씨를 고발 못하겠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이번 사건으로 본인이 가르치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큰 한편, 특수교사와 장애아동 전체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심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교사가 재판 때문에 너무 힘들어한다"면서도 "이 상황으로 다른 장애 학생 등이 수업을 제대로 못 받는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특수 교사로서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호민 씨 부부를 만나서 고소 취하를 생각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고소를 취하한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곧 만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 등을 다 만났는데 이런 고소 건의 경우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모두에게 손해"라며 "주호민 씨는 이미지에 타격을, 교사는 재판으로 인한 피해를, 장애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교체된 선생님으로 인한 혼란스러움. 등을 겪고 있는데 대체 이 고발은 누구를 위한 고발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수교사의 사건이 유죄가 성립되면 누가 앞으로 특수교사를 하려고 하겠느냐"라며 "당장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무죄를 받는 게 우선이고, 관련해 엮어있는 여러 제도 등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잘 검토해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라고도 했다.

한편 주호민의 아들은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교폭력으로 분리 조치된 뒤, 현재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호민이 특수교사가 자기 아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경찰 고소를 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