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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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은 고시 합격을 위해 전국에서 ‘공부 좀 잘한다’는 청년과 서울대생으로 붐비는 동네였다. 1970~1980년대엔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대학생들이 활동하는 주무대이기도 했다. 그런 신림동이 최근 ‘묻지마 칼부림’과 ‘대낮 성폭행’ 등 각종 강력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서울대와 고시촌으로 유명하던 서울 대표 대학가인 신림동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강력 범죄 끊이지 않는 신림동

고시촌서 우범지대로…신림동에 무슨 일이
20일 경찰에 따르면 올 들어 신림동 일대에서 강력 범죄와 살인 예고, 실종 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엔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전국을 휩쓴 ‘묻지마 칼부림’의 시작이었다. 지난 17일엔 대낮에 신림동 관악산의 한 등산로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한 여고생은 18일 신림동 일대에서 실종된 뒤 사흘째 연락되지 않고 있다.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30대 남성은 20일 경찰에 붙잡혔다. 가출한 미성년자를 집에 가둬 성을 착취하고 마약 투약을 일삼은 ‘신림팸’ 일당은 아예 신림동을 이름으로 삼았다.

서울 도심의 특정 행정 구역에서 강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는 건 이례적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신림동에 우범 지대가 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전·월세 중심의 1인 가구가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관악구의 1인 가구 수는 14만5433명으로 전체(28만3623명)의 절반(51.27%)을 넘었다. 25개 자치구 중 1인 가구 수가 가장 많다. 이 중 상당수는 관악구 전체 면적의 58.3%를 차지하는 신림동에 거주한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엔 이 지역에 대학생과 고시생이 많아 폭행, 절도 등 단순 범죄가 대부분이었는데 고시촌 쇠락과 함께 외지인, 일용직, 외국인 등이 늘어 성범죄 등 중범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 인구도 많은 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림역 인근의 하루평균 유동 인구수는 19만6499명이다. 서울 전체의 하루평균 유동 인구수(3만9030명)보다 다섯 배 가까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유동 인구, 단기 거주자가 많은 지역에서 강력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금천구보다 넓고 인구 많아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은 신림동 특성 탓에 범죄가 잦아 보이는 착시현상도 있다. 통칭 ‘신림동’으로 불리지만 실제론 신림본동인 서원동을 포함해 11개의 행정동으로 구성돼 있다. ‘동’으로 분류되기는 하나 이웃 자치구인 금천구(13.01㎢)보다 더 넓다.

금천구와 여의도 두 개를 합친 면적이 신림동(18.14㎢)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신림1~13동으로 불렸으나 2008년 삼성동 신사동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인적이 드문 지역도 많다.

넓은 행정 구역과 범죄율에 비해 경찰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관악구엔 관악경찰서와 파출소 4개, 지구대 5개, 치안센터 10개가 있다. 이 중 신림동엔 파출소 3개, 지구대 2개, 치안센터 3개가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치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전체 지구대·파출소 한 곳당 담당 시민 수는 3만8799명이다. 신림동은 지구대·파출소 한 곳당 약 4만8826명의 시민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 전체보다 평균 25.8%가량 많다.

2021년 관악구에서 발생한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건수는 4444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이는 관악구가 최근 10년간 CCTV 설치 대수(약 5600대)를 급격히 늘린 배경이기도 하다.

조준택 경찰인재개발원 박사(교수요원)는 한 논문에서 “관악구는 치안 수요 대비 경찰 인력이 부족하게 배치된 자치구”라며 “치안 환경 변수를 고려해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정훈/이광식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