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접어야죠"…울산 정자항 활어 직매장 점심시간인데도 '텅'
"판매량 80% 줄어…사 가는 사람 없으니 물고기도 매일 폐사" 한숨
[르포] 수산상인들 "전문가들 정확한 진단으로 불안감 줄여줘야"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돼요. 이제 더할 텐데 장사 접어야죠. 뭐."
24일 오전 11시쯤 울산 북구 정자항 활어 직매장.
어부들이 직접 잡은 활어로 유명해 평상시 같으면 싱싱한 횟감을 찾는 발길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러나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어 시간 앞둔 이곳은 점심때가 다 되어 가는 시간임에도 오가는 손님 없이 고요했다.

곳곳에는 아예 자리를 비운 상인도 있고, 텅 비어있는 수조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다가오는 점심시간을 준비하며 가게 주변을 쓸고 닦으면서도, 이따금 고개를 숙이고 푹 한숨을 내쉬었다.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착용한 채 어두운 표정으로 매장을 둘러보던 70대 백모 씨는 "코로나 때도 피해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다"며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이 텅텅 비지 않았느냐"고 했다.
[르포] 수산상인들 "전문가들 정확한 진단으로 불안감 줄여줘야"
그는 "사가는 손님이 없으니 물고기도 날마다 엄청 죽어 나간다"며 "방류 전에도 피해가 컸는데 이제부터 우리 같은 수산업자들은 다 죽는 거다. 장사 접어야지 어쩌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수조 표면에 물을 뿌리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던 이장춘(56)씨는 "요 몇 달 새 판매량이 기존의 70∼80%는 줄었다"며 "손님도 원래 하루에 60팀 정도는 되던 게 요즘은 많아 봐야 30팀"이라고 말했다.

이곳 직매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다는 이씨는 정자항 주력 어종인 참가자미 폐사량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물고기는 생물인데 팔리질 않으니 다 죽어 나가는 것"이라며 "다들 너무 힘들어해서 어촌계에 요청해 7월과 8월 두 달 월세를 면제받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매장 바깥 정자항 인근 거리도 오가는 발길이 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직매장 근처에서 장어를 씻고 있던 장모(64) 씨는 "요즘은 어떻게 된 게 길거리에 아예 사람이 없다.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다"며 "건어물 가게를 하는데 어차피 장사가 안돼서 가게 문을 아예 닫고 나왔다"고 했다.

장씨는 "아직 방류하기도 전인데 사람들이 일체 생선을 안 먹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어민들에게 보상을 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르포] 수산상인들 "전문가들 정확한 진단으로 불안감 줄여줘야"
어민들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애꿎은 수산업계 고통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매장 건물 2층 외벽에는 '원전 오염수 불안감 조성, 우리 수산업 위협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한 상인은 "위험할 거면 방류하면 안 되는 거고, 위험하지 않으면 그냥 조용히 방류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미 다 정해진 마당에 너무 무섭게 떠들어대니까 수산물에 대한 인식만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고모(52) 씨도 "전문가들이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국민 불안감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생업이고 목숨이 달린 일"이라며 "이렇게 불안감만 커지면 그 피해는 다 우리가 보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르포] 수산상인들 "전문가들 정확한 진단으로 불안감 줄여줘야"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1시께부터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원전 앞 바다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울산시는 수산물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고 원산지 특별 점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수산물 안전성을 관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