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의사들 위험한 거래…조폭과 손잡고 프로포폴 빼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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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두시간 만에 구하는 마약
허위로 수술을 한 것처럼 꾸민 뒤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빼돌려 유통한 서울 강남 성형외과 의사 등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폭력 조직에 넘겨진 뒤 불법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5일 서울 서초구와 경기 수원에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빼돌린 성형외과 두 곳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수술을 하지 않고도 수술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환자 한 명당 프로포폴을 최대 10병가량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빼돌린 프로포폴 규모는 5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프로포폴은 병원 처방 가격보다 수십 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수십억 원의 차익을 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유관 기관으로부터 증거 자료를 넘겨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해 여성유방증(여유증) 수술을 한다고 서류를 조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을 사용하겠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품명과 수량 등을 신고했지만 실제 수술은 진행되지 않고 이를 불법 유통했다. 국내 대형 보험사 두 곳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여유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총 1만1879명이다. 경찰과 보험업계는 이 중 1%(118명)가량이 프로포폴을 빼돌리기 위한 허위 서류에 명의를 대여해준 가짜 환자로 보고 있다. “프로포폴 한병당 35만원에 원하는 수량만큼 구해드립니다”(마약 판매업자 A씨)
25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마약 판매업자 A씨는 SNS 메신저로 프로포폴 가격과 수령 방법 등을 알려주며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기자에게 판매하는 프로포폴 사진을 보여주며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는 정품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금요일마다 입고돼 미리 예약만하면 수십 박스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며 “모바일 상품권으로 결제 후 2시간 이내 은평구의 알려준 위치에서 던지기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경찰에 적발될 일도 없다“고 안심시켰다.
서울과 경기 등에 위치한 A성형외과는 프로포폴을 빼돌리기 위해 수술 서류를 조작했다. 다른 환자 사진을 도용해 여유증 수술을 진행한 것처럼 꾸몄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취제로 프로포폴을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 수술은 진행되지 않았고 신고한 프로포폴은 높은 가격에 불법으로 거래됐다. 조작된 서류에 명의를 대여할 가짜 환자는 보험사기 브로커들을 통해 전국에서 모집했다.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맥 주사용 마취유도제다. 가격은 한병(20ml)에 만원대지만 불법 유통될 경우 최대 50만원대로 수십배 치솟는다. 국내 대형 보험사 두 곳에 따르면 여유증 수술 환자는 2018년 이후 1만1879명으로 이중 최소 1%(118명)가량이 프로포폴을 빼돌리기 위한 가짜 환자로 알려졌다. 수술 한건당 프로포폴 5~10병을 사용했다. 최대 5억9000만원어치 프로포폴이 불법으로 유통된 것이다.
경찰은 폭력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아닌 조폭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사건을 맡은 이유다. 마약 수사관 출신인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조폭들이 마약 판매업자와 유통책으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을 빼돌린 두 성형외과 소속 관계자에 최대 실형까지 선고돼 의사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료법 제8조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는 “수억원대 프로포폴을 빼돌려 유통했다면 실형까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은 특정 병원에서 의료 외 목적으로 연예인 등 유명인에 투약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배우 유아인씨도 여러 병원을 돌면서 1년에 73차례의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 서류를 조작해 프로포폴을 통째로 빼돌려 유통한 혐의라 기존의 처벌보다 더 큰 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 관리 주체인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마취과 레지던트가 수술에 쓰고 남은 프로포폴을 모아 빼돌리기도 했다. 마약류 도난 사고 발생 시 식약처와 구청에 제출해야 하는 사고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은 징계위원회만 열었을 뿐 경찰에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의사가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하거나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며 “병원 사각지대를 찾아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5일 서울 서초구와 경기 수원에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빼돌린 성형외과 두 곳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수술을 하지 않고도 수술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환자 한 명당 프로포폴을 최대 10병가량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빼돌린 프로포폴 규모는 5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프로포폴은 병원 처방 가격보다 수십 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수십억 원의 차익을 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유관 기관으로부터 증거 자료를 넘겨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해 여성유방증(여유증) 수술을 한다고 서류를 조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을 사용하겠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품명과 수량 등을 신고했지만 실제 수술은 진행되지 않고 이를 불법 유통했다. 국내 대형 보험사 두 곳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여유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총 1만1879명이다. 경찰과 보험업계는 이 중 1%(118명)가량이 프로포폴을 빼돌리기 위한 허위 서류에 명의를 대여해준 가짜 환자로 보고 있다. “프로포폴 한병당 35만원에 원하는 수량만큼 구해드립니다”(마약 판매업자 A씨)
25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마약 판매업자 A씨는 SNS 메신저로 프로포폴 가격과 수령 방법 등을 알려주며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기자에게 판매하는 프로포폴 사진을 보여주며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는 정품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금요일마다 입고돼 미리 예약만하면 수십 박스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며 “모바일 상품권으로 결제 후 2시간 이내 은평구의 알려준 위치에서 던지기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경찰에 적발될 일도 없다“고 안심시켰다.
○5억원어치 프로포폴 불법 유통
한국경제신문이 SNS와 유통책 등을 조사한 결과 구입 의사만 있으면 두시간 안에 프로포폴을 배달 받을 수 있었다. 이들 중 상당 수가 수술을 한 것 처럼 꾸민 뒤 여기에 사용되는 프로포폴을 빼돌린 병원 등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불법 유통가는 정가 대비 수십 배 비싸다.서울과 경기 등에 위치한 A성형외과는 프로포폴을 빼돌리기 위해 수술 서류를 조작했다. 다른 환자 사진을 도용해 여유증 수술을 진행한 것처럼 꾸몄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취제로 프로포폴을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 수술은 진행되지 않았고 신고한 프로포폴은 높은 가격에 불법으로 거래됐다. 조작된 서류에 명의를 대여할 가짜 환자는 보험사기 브로커들을 통해 전국에서 모집했다.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맥 주사용 마취유도제다. 가격은 한병(20ml)에 만원대지만 불법 유통될 경우 최대 50만원대로 수십배 치솟는다. 국내 대형 보험사 두 곳에 따르면 여유증 수술 환자는 2018년 이후 1만1879명으로 이중 최소 1%(118명)가량이 프로포폴을 빼돌리기 위한 가짜 환자로 알려졌다. 수술 한건당 프로포폴 5~10병을 사용했다. 최대 5억9000만원어치 프로포폴이 불법으로 유통된 것이다.
경찰은 폭력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아닌 조폭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사건을 맡은 이유다. 마약 수사관 출신인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조폭들이 마약 판매업자와 유통책으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형·면허 취소
프로포폴 판매 광고는 온라인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어 누구라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판매업자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결제 수단으로 온라인 상품권을 이용했다. 특정 장소에 프로포폴을 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했다. 프로포폴 판매업자 B씨는 “간단한 정맥주사로 함께 제공하는 주사기를 이용해 혼자서 투약 할 수 있고 6만원만 추가로 지불하면 투약을 도와줄 간호사도 소개해준다”며 “6ml부터 천천히 시작해 용량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을 빼돌린 두 성형외과 소속 관계자에 최대 실형까지 선고돼 의사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료법 제8조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는 “수억원대 프로포폴을 빼돌려 유통했다면 실형까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은 특정 병원에서 의료 외 목적으로 연예인 등 유명인에 투약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배우 유아인씨도 여러 병원을 돌면서 1년에 73차례의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 서류를 조작해 프로포폴을 통째로 빼돌려 유통한 혐의라 기존의 처벌보다 더 큰 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 관리 주체인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마취과 레지던트가 수술에 쓰고 남은 프로포폴을 모아 빼돌리기도 했다. 마약류 도난 사고 발생 시 식약처와 구청에 제출해야 하는 사고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은 징계위원회만 열었을 뿐 경찰에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의사가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하거나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며 “병원 사각지대를 찾아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