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1위도 아닌 228점이란 점수가 나오다니 정말 정말 자랑스럽다. 세계 최고다. "(네티즌 봄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신이 인간의 대회에 참가하는 건 반칙이다. "(네티즌 와리가리)

26일 '피겨 퀸' 김연아 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온 국민이 환호했다. 4분10초.김연아가 금빛 연기를 펼치는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정지됐다. 도심은 텅텅 비었고,직장인들은 일손을 놓았고,주식거래량은 반토막이 났다.

경기가 끝나자 침묵이 환호로 바뀌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김연아 선수가 무결점의 완벽한 연기를 펼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조마조마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감동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연아현상에 가장 극단적으로 반응한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이 진행된 오후 1시20분부터 35분까지 대부분의 딜러들도 거래를 중단하고 모두 모여 연기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김연아의 경기가 치러진 오후 1시20분께는 운전 중이던 시민들이 DMB로 경기장면을 시청하는 바람에 서울 도심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 정체까지 빚어졌다. 택시기사 이봉희씨(56)는 "중계방송 동안 을지로에 있었는데 한 시간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경기를 생중계한 SBS 방송은 낮 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22분부터 29분까지 김연아 경기 장면은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실시간 시청률 36.4%,점유율 62%에 달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김연아가 금메달을 차지한 오후 1시36분의 41.9%,점유율은 69.1%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진행된 여자 쇼트프로그램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36.2%,서울 기준)과 최고 점유율(67.6%)을 이틀 만에 갈아치운 신기록이다. SBS 관계자는 "2005년 12월1일 지상파 평일 낮 방송을 시작한 이래 최고의 점유율과 시청률"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도 북새통을 이뤘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생중계한 인터넷포털 다음은 동시접속자 수가 사상 최고인 44만명을 기록했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경기 때 기록했던 34만명의 기록을 불과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김연아 경기를 보기 위해 다음 중계창을 클릭한 네티즌은 500만명을 넘었다.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의 동시접속자 수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동시접속자는 무려 41만명으로 쇼트프로그램 경기 때(22만명)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네티즌들의 응원도 봇물을 이뤘다. 김연아 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중계 사이트의 채팅창에서는 "떨려서 못 보겠다" "연기를 넘어 즐기고 있다" "피겨의 본좌" 등 다양한 응원 글이 쏟아졌다. 무결점 연기를 마치고 김연아가 눈물을 보이자 "울지마~ 울지마" "나도 같이 울었다" 등 네티즌들의 격려 글도 쇄도했다. "신의 딸" "대한의 딸""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애칭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오늘을 공휴일로 지정하자" "돌아오는 길에 전용기를 보내자"는 재치있는 댓글도 이어졌다.

박영태/유재혁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