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마린보이’ 박태환이 기량 점검을 위해 지난 19일 울산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에 참가했다.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박태환은 3분47초41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지만 자신의 최고기록(3분41초53)보다는 6초가량 뒤졌다. 기록이 저조했던 이유는 대회가 열린 문수실내수영장의 수심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수영장의 수심은 1.35m로 국제대회를 치르는 경기장의 수심(1.8m 이상)보다 45㎝ 이상 얕다. 작년 여름부터 박태환은 기록 향상을 위해 전담코치인 마이클 볼과 잠영거리를 늘리는 훈련을 해왔다. 그 결과 7~8m에 불과했던 잠영거리를 10m까지 늘렸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깊은 잠영을 볼 수 없었다. 수심이 얕으면 조파저항(wave resistance)이 커져 선수들의 기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파저항은 물속에서 운동하는 물체가 파동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받는 저항을 말한다. 수영선수에게 조파저항은 스트로크(수영에서 팔을 물로 끌어당기는 동작)만큼 중요하다.

50m 종목을 제외한 모든 수영 종목에서 선수들은 50m마다 턴을 한 뒤 숨을 참고 잠영한다. 조파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 8관왕을 차지한 마이클 펠프스는 평균 12~13m를 잠영했다. 이토 신이치로 일본 국립방위대학 교수는 펠프스가 뛰어난 신체 능력과 함께 잠영을 통해 ‘조파저항’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수영선수가 잠영하면 몸 앞쪽에 파동이 생기지 않지만 수면 밖으로 나와 스트로크를 하는 순간 몸 옆쪽에 파동이 생기면서 수영 동작을 방해한다. 조파저항은 이동 속도의 6제곱에 비례한다. 속력을 2배 증가시키면 조파저항이 64배로 커진다는 것이다.

이토 교수는 “잠영을 통해 조파저항을 없애면 1.4배 더 빨리 수영할 수 있다”며 “조파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통 몸 두께의 2배, 수면으로부터 50㎝ 아래에서 잠영해야 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보통 선수들은 물속 40~50㎝ 깊이에서 잠영하지만 펠프스는 턴을 한 뒤 몸을 수면에서 45도 아래로 꺾어 돌핀킥(두 다리를 붙여 위에서 아래로 차는 킥)으로 물속 1m 아래로 들어간다. 수영장 수심이 깊어야 제대로 된 잠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수영 대회를 치르고,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기 위해선 국내 수영장 수심이 하루빨리 국제기준에 맞게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