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도 병원도 경영은 똑같아…차별화 안하면 살아남기 어렵죠"
“다른 곳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병원과 골프장 경영은 다를 게 없습니다.”

서울 무악동에서 세란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홍광표 크리스탈밸리 회장은 올해로 골프장 경영에 뛰어든 지 10년째를 맞았다. 홍 회장은 회원제인 경기도 가평의 크리스탈밸리(18홀)와 퍼블릭인 충북 진천의 크리스탈카운티(18홀)를 동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골프장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뛰어난 안목과 식견을 갖고 있다.

그는 최근 신설 골프장들의 ‘덤핑 분양’에 우려를 표명했다. “10년 전 200곳이던 골프장이 450곳으로 늘어나면서 운영난에 시달리는 데가 많습니다. 작년에는 경기마저 나빠져 가장 어려운 시기였죠. 게다가 신설 골프장들이 회원권을 분양하려고 무분별하게 덤핑을 하면서 골프장업계가 흙탕물로 변해버렸어요.”

그러나 향후 골프장 사업에 대해서는 “지나친 비관도, 낙관도 않지만 최소한 지금의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밝게 전망했다. “앞으로 대기업이나 현금을 많이 보유한 곳이 아니면 골프장을 건설하기 어려워요. 회원제는 누가 봐도 회원권 분양이 안 될 것이고 퍼블릭은 은행에서 대출을 안 해주거든요. 신설 골프장이 줄고 경기가 나아진다면 골프장 사업이 아직은 괜찮습니다.”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홍 회장은 “과거처럼 공무원들에게 골프치지 말라는 주문은 없을 것으로 본다. 2015년에 프레지던츠컵을 한국에서 열고 201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을 노리는데 골프를 사치 종목으로 보거나 골프장을 로비와 부정이 벌어지는 곳으로 보는 시각은 구시대적이다. 골프를 스포츠로 보는 정책이 나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제 골프장의 생존 방법으로 ‘맞춤형 회원권 분양’을 제시했다. “회원권을 투자 개념으로 사는 시대는 끝났어요. 앞으로 골프장은 법인과 개인들의 이용 목적에 맞춘 회원권을 다양하게 팔아줘야 합니다. 1차에 2억원, 2차에 2억5000만원 식으로 회원권을 팔던 시절은 막을 내렸죠.”

“은퇴한 사람은 저렴한 주중 회원권을 사면 되고 법인들은 싸게 칠 수 있는 ‘무기명 회원권’이나 주말 부킹 권한만 갖는 회원권 등을 금액별로 구입하면 됩니다. 회원권 금액은 관리비에다 적정 이익을 합친 것으로 현실화해야 해요. 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분양 목적으로 파는 회원권은 훗날 문제가 될 겁니다.”

홍 회장은 “병원과 골프장 모두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10년 전부터 직원들에게 ‘골프장이 좋아야 한다’고 수도 없이 말해왔어요. 제가 골프를 시작한 1985년에는 골퍼가 골프장을 골라 다녔어요.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골프장이 손님을 가려 받았죠. 최근에는 다시 골퍼가 골프장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어요. 병원도 경쟁력이 있으려면 의사와 기자재가 좋아야 하고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직원들의 서비스도 좋아야 합니다.”

그린피 인하와 관련해서는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18홀 기준으로 70억~75억원이 필요한데 빈 시간 없이 손님을 모두 채우면 연간 6만5000명 정도 됩니다. 그러면 최소한 11만원은 받아야 수지를 맞추게 되고 금융비용을 더하면 그 이상을 받아야 하지요.”

정부의 세금도 그린피 인하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회원제 크리스탈밸리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으로 12억~13억원을 납부했고 퍼블릭인 크리스탈카운티는 3억원을 냈어요. 약 10억원의 세금 차이가 나죠. 10억원의 세금을 6만5000명으로 나누면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계산했다) 1만5384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2만여원을 보태고 부가세 10%까지 더하면 4만~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10만원의 그린피를 받으면 반은 정부에 내는 셈이죠. 그린피가 비싸다고 하지만 골프장 영업은 더 빠듯합니다.”

30년가량 골프를 친 홍 회장은 “골프에서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인생도 욕심을 버리면 반이 얻어진다고 하던데 맞는 것 같아요. 티박스에서 그린을 보면 멀지만 그린에 올라가서 거꾸로 티박스를 보면 ‘얼마 안되네’하고 느끼잖아요. 골프든 인생이든 돌아보면 별것 아닌데 너무 욕심을 내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