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최혜진(20)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역대 최고 대우를 경신하며 롯데와 재계약한다.

최혜진 측은 최근 소속사인 롯데와 계약기간 최소 3년, 연봉 10억원에 합의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할 경우 연간 보장액을 1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제외한 금액 기준으로 업계 최고 대우”라고 전했다.

최혜진은 3년간 최소 30억원을 확보했다. 2021시즌 LPGA투어에 진출하고 시드를 유지하면 보장액은 34억원으로 늘어난다. 롯데골프단을 관리하는 대홍기획 측은 “계약 세부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나머지 롯데 골프단 선수들과 계약이 끝나면 일괄적으로 계약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진, ‘핫식스’ 이정은 24억원 뛰어넘어

최혜진은 KLPGA투어를 뛰는 선수가 맺은 계약 가운데 역대 최고액을 보장받았다. 이전 기록은 ‘핫식스’ 이정은(23)이 들고 있었다. 현재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정은은 국내 투어에서 뛰던 2017년 12월 3년 24억원을 보장받고 대방건설 로고를 모자에 달았다. 이정은은 2018시즌을 KLPGA투어에서 보낸 뒤 2019시즌 LPGA투어에 진출했다. 앞서 신지애(31)가 연간 최대 15억원, 김효주(24)가 연간 최대 13억원, 박성현(24)이 10억원을 받았으나 이는 모두 해당 선수들이 LPGA투어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나온 계약이었다.
계약 옵션도 눈길을 끈다. 롯데는 LPGA투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최혜진을 배려해 미국에 진출할 경우 보장액을 2억원 추가하기로 했다. 2020시즌이 끝난 뒤 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최혜진의 의지는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승 보너스 등 각종 타이틀 획득 시 따라오는 인센티브 조항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최혜진에게 들이는 공은 각별하다. 2017년 8월 KLPGA투어 데뷔를 앞둔 최혜진에게 역대 최고 신인 대우를 해줬다. 당시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서 2승을 거뒀던 최혜진에게 2년간 12억원을 보장했다. 2012년 루키 김효주가 당시 받은 2년간 10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신인 최고 대우 계약이었다. 최혜진은 계약 후에도 7승을 더 보태 롯데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2019시즌에만 5승을 쓸어 담아 연말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상금왕 최저평균타수상 다승 등을 휩쓸며 6관왕에 올랐다.

소수정예에 투자…‘빈익빈 부익부’ 심화

올 시즌 국내 여자골프 스토브리그에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최혜진에게 최고 대우를 해준 롯데는 골프단 내 재계약 대상인 다른 2명의 선수와는 협상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KLPGA 정규투어 데뷔를 앞두고 있는 ‘루키’는 물론 우승 경력이 있는 베테랑급 선수 상당수도 후원사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골프계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내년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서인지 올해는 유독 기업들이 지갑을 열고 있지 않다”며 “새로운 선수에게 ‘모험’을 하는 것보다 검증된 선수에게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스폰서 관계자도 “이전까진 스폰서들이 많은 선수를 보유하려는 현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올해부턴 중간급 선수보다 확실히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를 더 대우하자는 선택과 집중 기류가 업계에 확산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